2003년 03월 통권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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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책 이야기]
책 속에서 꿈을 찾는 아이들

안혜운 | 2003년 03월

살아가면서 누구나 예상치 못한 일들과 부딪치게 된다. 그렇게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들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시험하려 드는 것 같다. 세상이란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무엇이든 내 의도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이러한 삶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꿈의 날개를 활짝 펴고 훨훨 자유로운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좋은 책이다.

『아름다운 수탉』표지
큰 딸 새미는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 주고 책을 자주 접하게 해 주어서인지 중학생이 되어 학교 생활이 바쁜데도 늘 책을 가까이하는 편이다. 6학년인 둘째 딸 예슬이는 다섯 살 때부터 자주 아팠고, 일곱 살 때는 뇌종양 수술을 받는 등 병치레를 많이 했다. 그래서 항상 건강에 신경 쓰느라, 책을 읽어 주거나 책과 자주 접하게 해 주지 못해 그런지 책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두 딸의 경우를 보면 역시 어릴 적에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그림에 소질이 많은 예슬이가 화실에 다니게 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그리고자 하는 소재를 찾아 서점에 가서 몇 시간씩 책을 찾다가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림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되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얼마나 기쁘고 뿌듯한지 모른다. 예슬이는 동물을 무척 좋아하는지라 집에서 햄스터, 열대어, 거북이를 기르는데, 먹이 주기와 청소하기는 언제나 예슬이의 몫이다. 그래서인지 좋아하는 책도 생태 동화, 과학책 들이다.

이런 예슬이에게 선물한 책이 『아름다운 수탉』이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라면 거의 다 병아리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따뜻한 봄날 초등 학교 정문에서 상자 안에 담겨 “삐약 삐약”거리는 병아리를 파는 아줌마와 신기해서 모여 있는 아이들의 모습. 병아리를 사 와서 정성스럽게 돌보다가 얼마 안 되어 귀여운 병아리가 죽어서 엉엉 울던 기억을…….

『아름다운 수탉』본문
이 이야기는 ‘정희’라는 아이가 병아리를 사서 기르는 이야기이다. 정희가 학교 앞에서 사 온 병아리는 눈곱도 끼고 비실거리며 죽을 고비를 맞이하지만, 정희 아빠의 도움으로 기적같이 살아난다. 정희는 죽어가던 병아리를 아름다운 수탉으로 키워 내고, 몇 번의 유산 끝에 몸이 약해진 정희 엄마는 동생을 입양해서 기르게 된다. 정희의 손에 오게 된 수평아리 달개비와 입양되어 온 아이의 운명이 은근히 비유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정성스럽게 키운 달개비가 수탉으로 자라 목청이 트이면서 큰 소리로 “꼬끼오!”를 외치며 자꾸 목소리를 뽐내자,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할 수 없이 목욕탕에 가두기도 한다. 도봉산 기슭 무수골에 사는 친척 언니네로 나들이를 갔다가 그 곳에서 다른 닭들을 보며 좋아하던 달개비가 집으로 돌아온 뒤 기운도 없고, 슬퍼 보이자 외로워서 그러는 거라며 아빠와 의논 끝에 무수골로 보낸다. 다시 만났을 때 달개비는 암탉과 함께 많은 병아리를 거느린 멋진 아빠 수탉이 되어 있었다. 이 동화는 정희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도시에서도 자연을 호흡할 수 있다는 사실, 한 생명체를 소중하게 기르는 것의 의미,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지켜야 할 일 등을 여러 아름다운 장면을 통해 깨닫게 해 준다. 채색과 번짐의 효과를 적절하게 잘 이용해 그린 수묵화도 글과 무척 잘 어울린다.

이 책을 읽고 예슬이는 크게 감동받은 듯하다. 아픈 병아리를 살려 내는 정희와 아빠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아플 때면 엄마 아빠와 언니가 슬퍼했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눈물지었고, 자신이 기르고 있는 동물들에게도 더욱 애착을 갖게 되었다. 아무리 하찮은 동물이라도 기를 때에는 생명체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끝까지 보살펴야 한다며 동물 박사가 된 듯 이야기할 때는 무척 대견스러웠다.

『팽이꽃』표지
예슬이가 좋아한 또 다른 책은 『팽이꽃』이라는 장편 동화이다. 이 동화는 지난해 한인 학교 우수 동화로 선정되어 여름 방학 필독 도서가 되기도 한 책이다. 장편 동화 『팽이꽃』은 한국에서 고아로 지낸 아이가 해외로 입양되어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작가가 실제 입양되어 온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들의 소외된 삶을 담았다고 한다. 백혈병으로 둘째 아이를 잃은 평범한 미국인 가정으로 여섯 살 때 입양되어 온 한국 아이가 자라면서 가족과 겪는 갈등과 화해, 한국인 친구와의 우정을 통한 뿌리 찾기가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작가는 다람쥐와 도마뱀이 드나드는 자몽 나무 숲 속 다락집이라든지, 주인공 엘리엇이 자전거를 타고 오리들을 보러 다니는 커다란 호수 등 플로리다의 아름다운 자연 배경 속에서 이야기를 펼쳐, 다소 무거운 주제를 부드럽게 이끌어 나간다. 예슬이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다가 간결하면서도 맑은 수채화 기법으로 등장인물을 잘 묘사하고 있는 그림이 나오면 쉬어가며 그림 감상을 하기도 한다.

‘맞으면서 더 꼿꼿하게 도는 팽이처럼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힘들어도 이겨 내야 한다’는 내용이 예슬이에게 무척 감동을 준 듯했다. 이 책을 다 읽은 날, 예슬이는 다른 때보다도 더 행복한 모습으로 현관의 신발을 정리하기도 하고, 나를 도와주기도 했고, 언니에게 잘해 주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며칠 동안은 이 책 효과를 보겠지!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팽이꽃』본문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아동 문학 작품을 읽고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게 해 주는 것, 책을 통해 꼭 교훈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내면 한 곳에 따뜻함과 아름다운 정서를 담아 가게 하는 것,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이들은 좋은 책 속에서, 아름다운 이야기의 세계 속에서, 위대하게 살다간 분들의 삶 속에서,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루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의지를 배우리라 믿는다. 요즈음 우리 가족은 매일 저녁 한 시간씩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소중히 지켜 나가고 있다. 우리 두 딸이 꿈의 날개를 활짝 펴고 아름다운 희망의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안혜운/유치원과 문화 교실에서 아동 미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그림책과 동화책을 활용한 미술 활동을 하고자 노력한답니다.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교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