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3월 통권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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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연구가 김세희의 그림책 들여다보기]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 같은 이야기

김세희 | 2003년 03월

깔끔하게 정리하면 괜찮은 그림책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반면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그림책이 있다. 그런 그림책 중의 하나가 바로 『숲의 사나이 소바즈』이다.

할아버지의 편지를 받아들고 감회에 젖은 아빠로부터 소바즈의 아들은 아빠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할아버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유산으로 아빠의 형에게는 성을, 아빠인 소바즈에게는 숲을 남긴다. 숲으로 쫓겨난 소바즈는 살아남으려고 고단한 삶을 살게 되고, 한편으로는 아버지와 형에 대한 원망을 가슴에 쌓아 갔다.

소바즈는 숲에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혼자 견디며 살아가면서, 또 아내를 만나 함께 살아가면서 ‘숲은 나무, 새, 동물, 꽃, 이끼, 열매, 그리고 숲을 산책하는 사람, 시인, 야만인, 숲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을 터득한다. 아내와 함께 숲에서 행복을 가꾸어 가면서 아버지에 대한 소바즈의 원망이 사라져 갈 즈음, 뒤늦게 발견된 아버지의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너는 숲을 사랑하니까 반드시 숲을 지켜 내고, 살려 낼 것이라 믿는다. 내 평생 이 숲에서 지냈을 때보다 더 행복한 때는 없었단다…….”

그 편지를 통해 소바즈는 자신은 버려진 것이 아니었으며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깊은 사랑과 믿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소바즈의 아들은 사람들이 야만인으로 여기는 아빠의 삶이 얼마나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이었는지도 깨닫게 된다. ‘숲을 지키는 일’ 그것은 아빠인 소바즈의 일이었으며 삶 자체였던 것이다. 소바즈와 아내는 숲을 차지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 가진 물건이나 땅만이 그 모습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를 우리는 무수히 보아 오지 않았던가?

이 그림책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감동을 주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림의 형상화 때문일 것이다. 그림 하나하나가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처럼 독특한 분위기와 색채를 담고 있다. 숲에 버려진 소바즈의 암담한 심경은 희미한 보라색 숲으로, 아내가 될 처녀를 만났을 때의 행복감은 숲에서 자라는 버섯 그림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과 믿음을 확인하는 순간은 아들을 안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한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 소바즈로 형상화했다.

어린이들이 이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장면마다 표현된 다양한 정서를 그림에서 느낄 수 있다면, 또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소바즈처럼, 또 그의 아들처럼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겠는가?
김세희│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과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유아 교육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아동 문학과 그림책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유아문학교육』 『어린이의 세계와 그림이야기책』『유아문학의 전달매체』를 저술하였으며, 그림책 『도리도리 짝짜꿍』에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