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 웹진 제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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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어린이 책 이야기

[그림책으로 놀이를]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와『커다란 순무』

이선주 | 2002년 10월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는 오곡백과가 풍성하게 익는 계절, 가을. 모든 것을 거두어들이는 시기인 가을에, 씨앗이 온 길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미술 놀이로 택한 그림책이랍니다.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 표지
이 그림책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첫 장면인데요,
그림책을 펼치면 ‘꽃이 될까, 나무가 될까…….’ 하며 씨앗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가을날 땅 위에 떨어진 씨앗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 긴긴 여행을 하고, 다시 한 알의 씨앗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 담긴 그림책, 무엇보다 씨앗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생명의 소중함을 따뜻하게 느끼게 해 주는 점이 너무 맘에 드네요.

새싹, 새싹의 모습이 바로 지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씨앗이 움트고 자라 풀이 되고 나무가 되고 꽃이 되고 다시 씨앗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이지만 그림책 속에는 우리네 인생 여정도 함께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땅 속에 묻힌 작은 씨앗부터 새싹으로 자라나 나무와 풀이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겨레와 손가락만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손가락으로 그리기를 해 보았는데요. 걱정했던 것과 달리(겨레가 손에 묻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요.^^) 뜻밖에도 겨레가 너무 활동적으로 진행해서, 즐겁게 놀 수 있었습니다.

손바닥으로 꽃나무 찍기와 씨앗 붙이기

▶ 준비물: 전지, 도화지, 물감, 색종이, 각종 씨앗, 본드

이번에는 하얀 전지 대신 연두색 전지를 구해다가 미술 놀이를 했답니다. 그간 쓰던 하얀 색과는 달라서 그런지 겨레가 미술 놀이할 때 잘해 본다면서 각오가 대단했답니다. 늘 그렇듯 오늘도 그림책을 한 번 읽고, 겨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본격적인 미술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작은 하얀색 도화지 위에 손가락으로 땅 속에 묻힌 씨앗 그리기, 싹 튼 씨앗 그리기, 땅 위로 솟은 씨앗 그리기를 해 보았고요. 동그랗게 오려서 전지 위에 순서대로 붙이기 놀이를 했습니다.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본문과 손가락으로 씨앗 그리기를 하고 있는 겨레

“새싹은 무엇이 될까?”하고 겨레에게 질문하니 꽃도 되고, 나무도 된다고 하더군요. 전지를 크게 이등분해서 한 쪽은 꽃을 그리고, 한쪽은 나무를 그려 보기로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손에 물감을 묻혀 크게 찍기 놀이를 했는데, 하기 전에 손에 물감을 묻히는 걸 싫어할까 좀 걱정을 했거든요. 기우였습니다. 조심스럽게 물감을 손에 묻혀 주는 것이 성에 안 찬 겨레가 과감하게 붓을 들고 직접 손바닥에 물감을 칠하면서 미술 놀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손바닥으로 나무 찍기를 하고 있는 겨레

먼저 초록색 물감을 풀어 손바닥 전체에 칠한 후 전지에 찍어 나뭇잎이 푸른 큰 나무를 그렸습니다. 초록색을 다양하게 만들어 찍으면 더 입체감이 날 것 같아 연두, 짙은 초록, 푸른 빛 도는 초록색 등등 여러 색을 사용해서 나무를 만들고 손가락에 밤색을 칠해 줄기를 그렸습니다.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본문과 손가락으로 꽃 찍기, 씨앗 붙이기를 하고 있는 겨레

겨레는 이 나무가 여름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고마운 큰 나무라고 하더군요. 나무 찍기를 오랫동안 한 후, 꽃 찍기를 한다고 해서 초록색으로 길게 줄기를 그리고 주황색을 손가락에 묻혀 점점이 찍어 꽃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봉숭아꽃처럼 보였는데, 겨레는 그냥 ‘이쁜 주황색 꽃’이라고만 하네요. 작은 점들은 씨앗이 터져 나가는 모습이라고 하구요.
전지를 채운 후 색종이를 가져 와서 씨앗 붙이기 놀이를 했습니다. 색종이에 본드를 칠한 후 씨앗을 뿌리니 점점이 붙었는데요. 그게 꽤 재미있었던 모양입니다. 집에 있던 씨앗들을 모아 보니 은행, 쌀, 좁쌀 등이 있었습니다. 겨레가 은행, 좁쌀, 쌀을 직접 붙이고 씨앗 이름을 써서 전지에 붙여 주었습니다.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본문과 겨레가 만든 씨앗 붙이기 작품

마른 후 만져 보면서 느낌이 이상하다고 합니다. 모두 땅 속에 심으면 다시 은행나무도 되고 좁쌀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봄에 겨레와 화분에 심었던 고구마가 싹을 틔우더니 줄기를 아주 길게 뻗어 자라서 무척 신기해 했었거든요. 미술 놀이를 하는 겨레 모습을 지켜보니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는 새싹과 같다는 말이 새삼 와 닿습니다. 새싹이 자란 만큼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 모습……. 우리들의 가을이 풍성한 이유는 아마도 봄부터 지켜 준 자연의 은혜로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 미술 놀이였습니다.

커다란 순무

『커다란 순무』 표지
할아버지가 조그만 순무 씨앗을 심으면서 소망도 함께 심습니다.

“순무야, 순무야, 조그만 순무야, 달콤하게 자라렴.
순무야, 순무야, 조그만 순무야, 단단하게 자라렴.”

그렇게 심은 작은 순무 씨앗 한 알은 달콤하고 단단하게, 커다랗고 높다랗게도 자랐답니다. 이 커다란 순무를 뽑으려고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 검둥개, 고양이, 쥐까지 모두 동원이 된답니다. 그 과정이 너무나 익살맞고, 즐거워 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읽는 사람까지도 순무 뽑기에 동원된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림책 한 권을 통해 수확의 기쁨을 맘껏 누릴 수 있는데요. 겨레는 이 그림책 마지막 장면. 모두의 힘으로 뽑힌 큰 순무가 식탁 위에 놓인 장면에서는 너무 좋아 깔깔 웃다 쓰러지곤 한답니다. 커다란 순무를 겨레도 함께 뽑았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요? 순무도 만들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만들어서 연극 놀이로 꾸며 보았습니다. 친구들 여럿이서 함께 하면 더욱 즐거울 만한 미술 놀이였답니다.

『커다란 순무』동극하기

▶ 준비물: 큰 봉투, 연두색 종이, 전지 한 장, 크레파스, 가위

큰 순무 만들기 놀이를 했는데요. 쌀을 담았던 종이 포대의 아랫부분을 뾰족하게 자릅니다. 잘린 부분을 테이프로 감싼 후, 종이 속에 신문지를 구겨 넣었습니다. 꼭꼭 뭉쳐서 열심히 순무 속으로 집어넣었고요. 어느 정도 빵빵하게 넣은 후 입구를 봉해 주었습니다.
쌀포대로 순무를 만들고 있는 겨레

그리고 연두색 얇은 종이를 가늘게 찢었습니다. 순무의 잎사귀를 만들려고요. 죽죽 찢는 느낌이 좋은지 즐거워하며 종이를 찢었습니다. 찢은 종이를 한데 모아 아랫부분을 테이프로 감싸 주었고요. 순무 잎사귀를 좀 전에 신문지를 넣었던 순무 몸통에 붙여 주니 커다란 순무가 완성되었습니다.
연두색 얇은 종이로 순무의 잎사귀를 만들며 즐거워하는 겨레

순무 뽑기를 도울 친구들로는 겨레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골랐답니다. 제가 전지 위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려 주니 겨레가 열심히 칠합니다. 엄마와 함께 색칠하면 더 신나서 경쟁을 하려 드는 모습이 좋아 저도 엎드려 함께 칠했습니다. 할아버지 모습이 완성되고, 할머니 모습이 완성되자, 가위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오렸답니다. 오려진 할머니 할아버지 종이 인형을 들고 겨레가 마냥 신나 합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 부분엔 찍찍이를 붙여 두었어요.
색칠하여 오려 만든 종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들어 보이는 겨레

다 만든 순무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 이불로 감싼 후 순무 뽑기 연극을 했는데요. 겨레가 낑낑 뽑는 척 하다 아무래도 안되겠다면서 할아버지를 불러옵니다.
『커다란 순무』본문과 순무를 뽑고 있는 겨레

“할아버지, 순무가 안 뽑혀요. 저 좀 도와 주세요.”
종이 할아버지 인형이 겨레를 감싸고 열심히 순무를 뽑습니다. 아무리 힘을 써도 순무는 뽑히질 않네요. 겨레가 다시 할머니를 불러오고요. 할아버지 뒤에 할머니를 매달았습니다.
『커다란 순무』본문, 종이 할아버지와 종이 할머니를 차례로 제 뒤에 세우고 순무를 뽑는 겨레

“영차, 영차…….”
그림책처럼 겨레가 뒤로 넘어지니 순무가 쑥 뽑혔습니다.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즐거운지 몇 번이고 되풀이해 놀다가 종이 할아버지 팔이 찢어지고 나서야 끝이 났답니다.

『커다란 순무』본문, 종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더불어 순무를 뽑다 자빠진 겨레


순무를 뽑으면서 느끼는 수확의 기쁨…….
미술 놀이를 통해 겨레와 함께 느껴 본 하루입니다.
1970년에 세상과 만났답니다. 육아와 교육, 그림책 이야기를 담은 개인 홈페이지 ‘겨레한가온빛’(http://goodmom.pe.kr)을 운영하고 있는 세 돌배기 딸 ‘겨레한가온빛’의 엄마입니다. 겨레 두 돌 때까지 4년 가량 초중등부 학원을 운영했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겨레한가온빛’ 홈페이지를 꾸려 가고 있습니다. 웹 서핑은 겨레가 깨어나기 전에 즐겨하는 취미의 하나이고, 하루 가운데 대부분의 시간을 겨레와 그림책 읽기와 활용하기로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를 가슴에 안고 함께 그림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지극히 평범한 엄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