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05월 웹진 제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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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보는 다른 나라 그림책]
온 세상의 아이들과 똑같은 짓을 하는 Maisy의 작가 Lucy Cousins

서남희 | 2002년 05월

Lucy Cousins
책방에 가면 유난히 알록달록한 원색의 쥐 그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작고 귀여운 쥐 Maisy이지요. ‘미키 마우스’가 가난한 시절 다락방에서 발견한 쥐를 만화로 형상화한 월트 디즈니의 작품이라면, 이 Maisy는 아이를 넷이나 키우는 영국의 그림책 작가 Lucy Cousins가 생활 속에서 건져 낸 작품입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누구나가 다 그림책이나 동화를 쓸 소재가 풍부해지지요. Lucy는 그런 자잘한 이야기를 건져 올려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있군요. 작가는 자기 책의 주인공인 이 작고 귀여운 생쥐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메이지는 온 세상의 아이들과 똑같은 짓을 하지요.” 바로 이 점 때문에 어린아이들은 메이지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Lucy는 자기 책의 대상을 아주 낮게 잡습니다. 책을 보면 물고 뜯고 빨아대는 아기들, 바로 그 책의 그림에 칠해져 있는 것과 같은 색깔의 크레용을 들고 벽에다 그림을 그려대는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 유아원이나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싸우고 금방 해해거리며 책을 펼치는 아이들이 바로 독자들이지요.
『Bedtime, Maisy』표지와 본문
글자 없는 그림책(wordless picture book)이자 헝겊 책(Cloth Book)인『Bedtime, Maisy』는 아침에 일어나서 하품을 하고, 속옷만 입고 양치질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볼일을 보고, 인형과 책을 가지고 놀다가 행복한 표정으로 잠자리에 듭니다. 우리 아기들의 일상이 이 글자 없는 그림책에 그대로 담겨 있지요.

다른 책을 펼쳐 볼까요? 한 손에 풍선을 들고 다른 손에는 녹아내리는 하드를 들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걸어가는 메이지가 보이는『Maisy’s Favourite Things』라는 작고 단단한 보드북을 펼치면 바로 그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연필, 아이스크림, 그네, 미끄럼틀 등의 그림이 이어집니다.

『Maisy’s Favourite Things』와『Maisy’s Favourite Animals』표지와 본문

어린아이들은 한 손에만 뭘 잡고 있으면 싫어하고, 하다못해 오징어 다리라도 양손에 쥐고 있어야 만족한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는 애엄마인 저는, 이 책의 표지 그림만 보아도 이 모든 그림이 작가의 생활에서 우러나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요. 또한 『Maisy’s Favourite Animals』라는 책의 표지에는 어린 양에게 우유를 먹이는 메이지가 보입니다. 이 역시 제 아이가 어려서 많이 하던 짓이지요.

『Maisy Dresses Up』표지와 본문
이 그림은 늘 보호받는 입장에서 벗어나 자기도 엄마 노릇, 어른 노릇을 해 보고 싶어하는 모든 아이들의 마음을 메이지를 통해서 살풋 드러낸 참으로 귀여운 그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Maisy Dresses Up』에서는 친구의 생일 잔치에 초대를 받고 어떤 분장을 하고 갈까 고민하는 꼬마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소방대원(firefighter) 옷차림을 하고 싶은데 다른 친구가 먼저 해 버렸고, 해적(pirate) 차림은 찰리가 벌써 했고……. 결국 메이지는 얼룩말(zebra)로 분장합니다. 그런데 얼굴까지 다 가리다니오, 저런, 아이들이 늘 하는 실수지요.

『Maisy Likes Playing』표지와 본문
책이란 네모난 틀에만 갇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작가는 금방 깨달은 듯 싶습니다. 『Maisy Likes Playing』이라는 책은 집과 밖의 덤불이 어우러진 모양으로 되어 있지요. 또한『Maisy's First Flap Book』에서 아이들은 서른여섯 개나 되는 플랩을 하나하나 펴 보면서 여러 가지 집 모양을 관찰하고, 꽃 뒤에 숨어 있는 벌이나 나비들을 찾아보며 숫자를 익히고, 이젤을 놓고 그림 그리는 메이지를 도와 주황색 홍당무, 파란 고래, 빨간 무당벌레를 찾아 냅니다. 미국에서는『Merry Christmas Maisy』라는 제목으로 나온『Happy Christmas Maisy』또한 같은 유형의 플랩북입니다. 빨간색과 녹색이 선명하게 어우러진 이 책에서 아이들은 메이지가 포장해 놓은 선물을 재미나게 열어보고 그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Maisy's Party Book』에서는 퍼즐과 미로 찾기 놀이에 가면까지 마련되어 있어 책 한 권 사면 재미있게 놀 수 있겠군요.


『Maisy's First Flap Book』본문

이 외에도 Lucy가 만든 메이지 책은 아주 많습니다. 한 권을 만들기도 힘든데, 이 작가는 어디서 이런 힘을 얻는 걸까요? 답은 ‘성실’에 있습니다. “나는 버릇이 잘 들어 있는 편입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무조건 책상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하지요.” 또한 그녀는 다른 예술가에게서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그럼 미술관으로 가냐고요? 아니지요. 바로 초등학교 근방을 어슬렁거리는 겁니다. 바로 ‘꼬마 예술가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으니까요. (아, 어른의 영원한 스승, 그대 꼬마들이여!!!)

『Happy Christmas Maisy』본문

『Maisy's Party Book』표지와 본문
그래서 그런지 Lucy는 메이지 그림책에서 특별한 도덕적 메시지를 전하지 않습니다. 레오 리오니 할아버지의 책을 보면 언제나 교훈이 담겨 있지요. 하지만 이 아이 엄마는 ‘특별한’ 것을 한마디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주 단순하게 빨강, 파랑, 노랑, 녹색 등 가장 기본적인 색깔에 검은 색 테두리로 선을 두른 그림에 상황을 묘사하는 단어 하나, 혹은 문장 한 줄로 아이들이 날마다 하는 일들을 전할 뿐이지요. 철학적인 내용의 그림책, 뭔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그림책을 원하는 어른들은 이 작가를 스쳐 지나가도 됩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다르지요. 어른들은 글자를 읽지만, 아이들은 그림을 보니까요. 바로 그 때문에 책방에서 꼬맹이들은 메이지 그림책을 펼치겠지요?

아이 넷을 키우면서 그 아이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얻는 행복한 엄마, 행복한 작가 Lucy Cousins.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이 작은 생쥐 Maisy가 어떻게 자랄지 궁금합니다.
서남희 / 개인 홈페이지 ‘The Cozy Corner(http://cozycorner.new21.net)’에서 영어 그림책 이야기를 엮어 올리고 있습니다. 서강 대학교와 서강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UCLA Extension에서 TESOL(영어 교수법)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미국 미시간 주에서 10년간 살면서 Haslett Adult Education의 영어 클래스에서 보조교사, 이스트 랜싱에 있는 ‘한마음 한글학교’의 외국인반 교사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미국 유치원 교육에서 활용하고 있는 ‘꼬마책(Mini-Books)’을 아이와 함께 직접 만들어 볼 수 있게 구성한『아이와 함께 만드는 꼬마 영어그림책』을 만들었답니다. 그림책, 소설책, 시를 좋아하고, 북한산, 도봉산, 지리산, 속리산, 소백산 등 바위산을 좋아하며, 무엇보다 잠 자는 것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스스로 뾰족뾰족하다고 말하면서 사랑하는 남편과 딸과 더불어 누구보다 둥글고 넓게 살고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