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웹진 제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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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어린이 책 읽기]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주자

송종대 | 2001년 12월

일하는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까닭에 딸아이를 안고 동네 놀이터에 가끔 나갑니다. 놀이를 가장 즐기는 시기의 초등학생들의 함성과 다양한 놀이로 가득해야 할 놀이터가 유치원 또래의 아이들 몇 명이 미끄럼과 그네를 타며 놀이터의 기능을 억지로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아이들과 놀이는 어디로 가고 놀이터의 기구는 녹이 슬고 공터의 잡초는 늘어만 가는 걸까요?

『아이들 민속놀이 백 가지』 표지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은 『아이들 민속놀이 백 가지』입니다. 아이들 중심의 전래놀이 백 가지를 누구나 쉽게 해 볼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방법이 설명했습니다. 놀이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전래놀이가 사라져 가는 원인과 대안들을 초등 학교 선생님의 경험을 살려 부록으로 담아 더 돋보입니다.

90년대 초에 나온 책이라 전래놀이가 사라지는 주된 요인을 텔레비전으로 잡았는데 이제는 컴퓨터로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놀이는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이지요. 지금 아이들 놀이의 중심인 전자오락이나 컴퓨터 등이 놀이의 개인화를 불러온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과거의 놀이는 공동체성과 사회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지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래놀이 101가지』 본문
우리 전래놀이는 너무나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지요. 몸을 중심으로 한 몸 놀이, 우리 주위의 생활용품이나 자연물을 이용한 도구놀이, 바닥에 금(선)을 긋고 놀았던 금 놀이, 넓은 공간을 이용한 공간 놀이, 한 명의 술래를 정해 놓고 골탕 먹였던 술래놀이, 인원수에 따라 방법을 달리하는 편 놀이, 봄·가을·여름·겨울 계절에 따라 그 계절의 특징을 살려 방법을 달리하는 계절별 놀이……. 더운 여름에는 그늘에서 하는 공기놀이, 고누 등 비활동적인 놀이가 주종을 이루고 겨울에는 활동적인 몸 놀이가 주종을 이루지요. 시기에 맞는 놀이를 고를 때 도우을 주는 책으로 『전래놀이 101가지』가 있지요. 연령, 계절, 장소, 인원에 따라 놀이를 아이콘으로 분류해 놓았고 그림을 곁들인 놀이 방법 설명과 각 놀이를 소개할 때마다 ‘알아 두세요’란을 통해 놀이의 어원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답니다.

『아이들 민속놀이 백 가지』 본문
잠시 초등 학생 시절의 겨울 방학 때로 돌아가 볼까요? 집집마다 아이들은 얼음 썰매를 만들어 놓고 얼음이 얼기를 기다렸지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냇가에 얼음이 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냇가로 달려가 하루 온 종일 얼음 썰매를 탑니다. 그냥 타는 것에 실증이 나면 함정을 만들어 놓고 건너기도 하고 얼음을 약하게 만들어 출렁이는 얼음 위를 건너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가장 스릴이 있는 것은 얼음을 깨트려 얼음 배를 타는 것이었지요. 얼음을 타다가 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형들이 피워 놓은 모닥불에 옷과 양말을 말리다가 나일론 양말에 빵구 나기 일쑤였고요. 옷과 양말이 귀한 시절이라 어머니께 혼날까 봐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골목에서 서성일 때도 많았지요. 작년 겨울 캠프 때 아이들과 얼음 썰매를 탔는데 캠프 후 아이들은 얼음 썰매를 가장 재미있는 놀이로 꼽았습니다. 비록 환경은 바뀌었지만 우리가 느꼈던 그 재미와 즐거움을 요즈음 아이들도 같이 느꼈나 봅니다. 이번 겨울 방학 때 아빠와 함께 얼음 썰매를 만들어 같이 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놀이 백 가지』 표지
‘연필을 깍지 못하는 아이들!’ 연필깎이의 등장으로 요즘 아이들은 연필을 깍지 못하게 되었지요. 편리함은 거꾸로 몸놀림에 퇴화를 가져옵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손에 상처를 달고 다녔지요. 연필을 깎다가 칼에 베고, 팽이를 만들다가 낫에 베고, 얼음 썰매를 만들다가 망치에 맞고……. 비록 손에 상처를 달고 다녔지만 모두 연필을 깎거나 놀이 도구를 만들면서 얻은 영광의 상처였지요. 연필을 깎는 행위 하나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너무나 많습니다. 칼에 대한 적응력, 집중력, 예쁜 모양으로 만들려는 미감 발휘, 마지막 몽땅 연필을 만드는 물자절약정신까지…….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편리하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연필 깎는 문화가 사라져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연필 깎는 일 하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서 놀려고 하지 않습니다. 놀이 도구를 스스로 만들지 않아도 놀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너무나 많기 때이지요. 물론 전자오락이나, 컴퓨터 게임을 일방적으로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놀이들은 아이들 스스로가 만든 놀이가 아닌 어른이 만든 놀이를 돈으로 사야만 놀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지요. 놀이는 아이들의 것이 되어야 하고, 자발성에 바탕을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훈련을 하지 못한 아이들은 수동적으로 살아갈 확률이 높기에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우리놀이 백 가지』 본문
니번 겨울 방학에는 아이에게 놀이감들을 직접 만들게 해 보면 어떨까요? 방법을 밤 까먹듯이 다 까먹었다구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종이비행기에서 연까지 백 가지의 놀이감들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놀이 백 가지』에 상세히 나와 있으니까요. 칼라 그림이 들어간 고급스러운 책을 들치면 가슴에 묻어 두었던 추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날 거예요.

얼마 전 네 명의 여자아이들이 콘크리트 골목길에 자리를 펴놓고 수건돌리기하는 모습을 보았답니다. 얼마나 감동적이던지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전자오락이나 컴퓨터 게임에 정신이 팔려 있지만 아직 우리 아이들 모두가 전래놀이를 외면하지 않았답니다. 이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어른들은 더 이상 아이들의 세계를 빼앗아서는 안 됩니다. 놀이공간, 놀이지도자, 놀이 프로그램의 문제 이전에 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돌려주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빼앗긴 놀이 세계를 금방 되살려 낼 겁니다. 자신들의 놀이를 스스로 만들고 놀 줄 아는 아이들이 21세기 창의성 시대에 능동적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저는 믿는답니다.
송종대 / 대구 미래 대학 레크리에이션 스포츠과에 출강하고 있으며 아들 딸 두 아이를 둔 아빠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놀이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창의력 게임, 한글 게임 등을 개발하여 놀이의 21세기화를 위해 노력하는 놀이 디자이너입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