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웹진 제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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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책 이야기]
상상으로 가득한 그림책 나라

김금준 | 2001년 12월

그림책 속에서는 동물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인형친구와 즐거운 여행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괴물이나 유령을 만날 수 있구요. 그림책을 통하면 할 수 없는 일이 없답니다. 그래서 더욱 신나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겠지요. 그림책의 세계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모두 실현 가능한 일로 변신을 하니까요. 그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과 인형이 그림책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말도 하고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알도』표지
『알도』에서는 진짜 살아서 움직이는 주인공 소녀의 토끼 인형 친구 ‘알도’를 만날 수 있답니다. 주인공 여자아이가 알도를 ‘나만의 친구’라고 소개하고 있듯이 내 토끼 인형은 나하고만 얘기를 나눌 수 있고, 나하고만 놀고, 내가 무슨 일이 있을 때 변함없이 항상 곁에 있어 주는 든든한 친구이지요.

『은지와 푹신이』역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예쁜 그림책이에요.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답게 평범한 일상생활의 잔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이지요. 푹신이는 은지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기의 침대 곁에서 은지를 기다려온,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여우 친구랍니다. 은지가 누워 있을 때도, 기어다닐 때도, 걷기 시작할 때도 언제나 은지 옆에는 푹신이가 있었어요. 은지가 커가면서 상대적으로 푹신이는 작아지지만 항상 든든한 마음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어요. 점점 낡게 되어버린 푹신이를 고쳐달라고 모래언덕에 사는 할머니 댁으로 떠나는 둘만의 여행도 흥미롭습니다. 낡아버린 푹신이는 할머니의 손에서 새로 만든 예쁜 여우 친구가 되었어요. 새로 태어난 푹신이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은지와 함께 하겠지요.

『은지와 푹신이』 표지와 본문
누구나 마음속으로 알도나 푹신이 같은 친구를 그리워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 혹시 그런 친구가 벌써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림책에서는 동물들이, 인형들이, 장난감이 살아서 움직이는 일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예요.

『바다 건너 저쪽』이라는 그림책에는 볼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소년의 상상이 그려져 있답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 수평선의 반대쪽엔 무엇이 있을까 상상해 보는 이야기인데, 소년의 상상이 참 재미있어요. 책을 같이 읽으면서 우리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또 하나, 바다 건너편의 세계만큼이나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아마도 높은 하늘이 아닐까 싶네요.『구름 나라』에는 항상 바라보기만 하던 구름의 세계에 다녀온 앨버트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구름 나라에서는 평소에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정말 신나게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구름 나라의 아이들은 천둥 번개가 치는 날엔 실컷 떠들면서 시끄럽게 놀아 보고, 비가 오는 날엔 수영을 하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달리기 시합을 하네요. 평소 같으면 이런 날씨에는 그냥 집안에서 가만히 놀아야 할 텐데……. 구름 나라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날씨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나 봅니다. 오히려 더 신나게 노는 모습이네요. 솜털 같은 하얀 구름을 보며 누구나 꿈꾸어봤을 것 같은 푹신한 구름을 침대 삼아 달콤한 잠을 즐기는 일도 구름 나라의 아이들에게는 가능한 일이랍니다. 구름 나라로 가기 위한 재미있는 주문을 외워보면서 우리도 진짜 구름 나라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바다 건너 저쪽』과 『구름 나라』표지
이번에는 그림책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친구들에게로 가 볼까요? 유령이나 공룡, 괴물들. 처음에 아이들은 토끼나 고양이 같이 귀여운 동물들을 좋아하다가 힘에 대한 동경이 생기면서 호랑이, 사자, 공룡 이런 동물들도 좋아하게 된다고 하죠. 그 중 동물원에서도 볼 수 없는 괴물이나 유령에게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길을 보내고 있답니다.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그림책에서 만나는 이들은 역시 아이들의 소중한 친구들이예요.

『아빠』라는 책을 보면 괴물 아이와 한 소년의 이야기가 두 입장에서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답니다.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든 아기 괴물과 소년.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서로의 모습에 놀라 소리를 지르지요. “아빠--!!”하고 소리를 지르자 먼저 달려온 괴물의 아빠. 괴물 아빠는 “내 침대에 괴물이 있어요”하고 소리치는 아기 괴물에게(괴물의 눈에는 사람이 괴물로 보이나 봅니다. ^^) “무서운 꿈을 꾼 거야”하며 거실로 데리고 나가 달래서 들어오죠. 이번에는 소년의 차례. “아빠-! 내 침대에 괴물이 있어요!” 이번에 아이의 방에 들어온 아빠도 역시 “무서운 꿈을 꾼 모양이구나” 달래며 재워 줘요. 결국 아기 괴물과 소년은 사이좋게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었어요. 무서우니까 둘이 서로 꼭 껴안고요. 아기 괴물과 소년은 서로가 보이는데 그 외의 사람과 괴물들에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나 봐요. 서로의 아빠가 자기의 아기를 데리고 거실로 나갈 때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소년과 아기괴물의 얼굴도 참 재미있어요.

『꼬마 유령들의 저녁 식사』와 『꼬마 유령이 아파요』 표지
『꼬마 유령들의 저녁 식사』를 보면 유령들의 재미난 식사 장면이 펼쳐진답니다. 분홍색 주스를 마시고 분홍색으로 변해버리는 유령, 초록색 주스를 먹고 초록색으로 변하는 유령. 치즈를 먹으면 치즈 모양으로, 샐러드를 먹으면 샐러드 모양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유령들의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 저녁 식사의 마지막 메뉴가 나오자 친구들은 감탄을 합니다. “앙리야, 정말 맛있어. 사르르 녹아∼.” 입에서 살살 녹는 음식처럼 유령들도 살살 녹아서 안 보이게 되요. 나중에 우유를 마시고 하얀 유령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요.

같은 시리즈 중에『꼬마 유령이 아파요』에서도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귀여운 유령들도 함께 만날 수 있구요. 아이들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그림책을 통해 마음껏 해 볼 수 있답니다.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좋은 책 많이 보여 줘야겠지요?
김금준 / 1973년에 태어났습니다. 이화 여자 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3년간 컴퓨터 회사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결혼 후 첫 아이를 가지면서 전업 주부의 대열에 들어섰고, 그때까지 그림책과는 아무 관련이 없이(^^) 지내다가 지금은 25개월이 된 아들 재현이 덕분에 그림책 고르는 재미, 그림책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답니다. 토끼 띠인 아들 재현이의 밥이어서 별명이 당근이랍니다. 재현이네 홈페이지(http://user.chollian.net/~capehorn/)에서 그림책을 많이 소개하고 있지요.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