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웹진 제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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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까요]
거짓말쟁이 대장들을 만나 보세요

심계숙 | 2001년 10월

“엄마, 삼백 원은 초키, 백 원은 오락할게. 난 거짓말은 절대 안 해. 아빠가 거짓말은 비겁한 거랬어” 어제 저녁 아이스크림 사먹겠다고 받은 오백 원을 몽땅 문방구 앞에 놓인 오락기에 쏟아부었다고 아빠한테 야단을 맞았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오락을 허락한 엄마가 고마웠던지 묻지도 않은 말을 하고는 뛰어나갑니다. 자기 맘을 알아주어서겠지요.

『오스카만 야단 맞아』 표지와 본문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거짓말을 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거짓말은 남에게 피해를 줄 목적으로 치밀하게 의도된 어른들의 거짓말과 다르기 때문에 시기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오스카만 야단 맞아』에 나오는 오스카와 빌리, 둘은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죠. 그러나 빌리가 온 집안에 진흙을 묻히고 다니고, 할머니 신발에 개구리를 집어넣고, 식탁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오스카만 야단맞지요. 왜냐하면 빌리는 엄마, 아빠 눈에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오스카 눈에만 보이는 친구이기 때문이죠. 오스카는 억울합니다. 그렇게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은 친구 빌리이지 자신이 결코 아닙니다. 이럴 때 보통의 부모들은 오스카의 부모처럼 당황하죠. “아니, 얘가 벌써부터 거짓말을 하네…….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나 오스카의 부모님처럼 눈에 빨갛게 실핏줄이 서도록 흥분하여 야단칠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오스카와 같이 어린 아이들은 현실 세계와 상상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시기를 거칩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요.

『거짓말쟁이 수잔』 표지와 본문
이 시기를 수잔의 아빠는 아이와 함께 상상의 세계를 나누며 훨씬 유연하게 대처합니다.『거짓말쟁이 수잔』은 밤마다 ‘내 침대에 푸른 양들이 있어’, ‘토마토를 무서워하는 사자가 있어’ 하면서 잠 못 들게 하지요. 참 귀엽고 깜찍한 상상입니다. 밤에는 오만 것들이 다 상상력을 자극하잖아요. 그러나 매일 밤, 잠을 설쳐야 하는 아빠로선 심각했죠. 그래서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이야기를 해 줍니다. 그러나 결국 그 밤도 수잔과 함께 길어진 피노키오의 코를 자르러 톱을 가지고 수잔 방으로 가죠.

『수영장 사건』에서는 보다 대담하게 거짓말을 하는 귀여운 로리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수영을 못하는 로리타 그러니 수영장에 가는 일이 즐거울 리 없죠. 수영을 안 할 수만 있다면……. 영리한 로리타는 해결책을 찾아 용감하게 실행에 옮깁니다. 교장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내부공사로 인해 수영장 문을 닫는다고 멋지게 거짓말을 하죠. 그러나 수영에 자신감이 생긴 로리타, 수영장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게 됩니다. 공사로 수영장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하자 천진난만한 로리타, “말도 안 돼요. 아닐 거예요. 제가 전화도 안 걸었는데요.”

『수영장 사건』 표지
로리타보다 좀 나이 먹은 파스칼, 엉겁결에 선생님께 거짓말을 하고 맙니다. ‘엄마가 죽었다고’ 이런 엄청난 거짓말을 하게 된 파스칼은 그 거짓말로 인해 연이은 거짓말을 하게 되죠. 상황 수습이 난감한 파스칼은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가 내일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셨으면, 학교에 불이 나서 선생님 뵐 일이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마치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을 때 학교에 불이 나서 시험지가 모두 타버렸으면 하고 바랄 때나 선생님께 혼 날 때 기절해서 선생님을 놀래켜 드렸으면 하고 바랄 때처럼.

『파스칼의 실수』는 거짓말하는 파스칼의 심리가 재미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 책을 읽는 우리는 전혀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게 그의 고민을 훔쳐보게 됩니다. 파스칼에게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세계를 그린『거짓말쟁이 천재』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짓말도 그 형태가 어떤 것이든 자꾸 하게 되면 더 빈번하게 죄의식 없이 더 심한 거짓말을 하게 되므로 조기에 바로잡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거짓말쟁이 천재』 표지
로리타나 파스칼 같은 아이 때부터 좀더 엄격하게 대처해야 했을까요? 낙제투성이 열등생 울프, 그러나 그의 부모는 그가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울프가 항상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죠. 물론 성적표에 사인도 아빠 사인을 흉내내서 직접 했지요. 공부 잘 해서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은 강한 욕구를 인정한다 해도 그 방법에 찬성할 수는 없습니다.

열네 살이 된 울프는 글쓰기만큼은 최고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작문 선생님을 속이게 되죠. 그와 내기를 한 친구 욜란은 존 스타인 벡의『붉은 조랑말』을 베껴서 선생님께 칭찬 받고 울프는 기르지도 않은 개 이야기를 써서 노벨상 수상 작가를 이기고 작문 선생님께 최고로 인정을 받습니다. 정말 거짓말쟁이 천재들입니다. 거짓말로 욜란 자신, 울프 자신을 속일 수는 없겠지요. 아마 두고두고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겠지요.

오늘도 기분 좋은 거짓말을 들었습니다.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답니다. 이런 수준의 거짓말은 삶을 유쾌하게 합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거짓말, 너무 심각하게 대처하지 말고 애정과 여유를 가지라고 위의 책 모두가 말하고 있습니다.
심계숙 / 1963년 안동에서 나서 자랐습니다. 이화여자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린이 독서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초등 학교 6학년인 딸아이와 3학년인 아들과 함께 동화를 즐겨 읽으신답니다. 삐삐 이야기로 너무나 유명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과 우리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윌리엄 스타이그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