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웹진 제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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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책 이야기]
우린 한 형제, 싸우면서 자라요

김혜곤 | 2001년 10월

오후가 되었다 싶으면 작은애가 유치원에서 돌아옵니다. 나에게 인사하기 무섭게 “언니는?” 하고 묻습니다. 아직 오지 않았다는 나의 말에 아이는 금새 실망합니다. 조금 지나 큰 애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작은애는 “언니, 언니. 오늘 유치원에서…….”하며 구르듯 큰애에게 달려갑니다. 큰애는 그런 동생을 안아 주기까지 하지요. 그런 흐뭇한 모습에 내 입가에도 빙그레 웃음이 번집니다.

『순이와 어린 동생』 본문 그림
둘은 금방 이런 저런 놀이와 이야기로 재미있게 노나 봅니다. 아이들 방이 조용한 걸 보면 알 수 있거든요. 그런데 금방 아이들 방에서는 큰 소리가 들립니다. “너가 먼저 그랬잖아.” “언니는 안 그랬어?”그리곤 금새 작은애가 눈물을 글썽이며 저에게 다가오지요. 저를 보자마자 작은애는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 소리에 뒤이어 큰애는 저에게로 와 볼멘 소리로 그간의 사건(?)을 일러주지요. “그래도 네가 참아야지. 언니잖아.” 했다가 “언니에게 그러면 어떡하니. 넌 동생이잖아.”하고 아이들을 나무라기도 합니다. 매일 매일 겪는 집안의 작은 전쟁이지요.

이런 일을 겪는 게 어디 우리 집 뿐이겠어요? 아이들이 둘 이상이면 아마 어느 집이나 아이들끼리의 다툼 때문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겠지요. 이럴 때 아이들과 함께 재미난 책을 읽어 보세요. 형제 자매의 싸움 때문에 겪게 되는 아이들의 마음과 그러면서도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는 책들 말이에요.

『난 집을 나가 버릴 테야』와 『나는 싸기 대장의 형님』표지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들은 ‘내가 정말 주워 온 아이는 아닐까’ ‘가족들은 모두 동생이나 형만, 언니나 오빠만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형제를 미워하는 마음이 싹트지요. 이런 마음은 동생이 생겨나면서 더욱 커집니다. 큰애는 동생이 태어나기 전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지요. 자신에게만 쏠리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나지요. 그러다 주위의 다른 친구들은 형제 자매가 있어 심심하지 않지만 자신은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낄 때 동생 타령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막상 동생이 생겨나고 부모님이 아가에게 매달려 지내는 모습을 보면 자신이 외톨이가 된 것처럼 여기지요. 그래서 모두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동생을 괴롭히거나 심하면 집을 나가 버리기도 합니다.『난 집을 나가 버릴 테야』,『나는 싸기 대장의 형님』에서처럼 늘 똥과 오줌을 싸대는 어린 동생이 뭐가 예쁘다고 엄마 아빠는 동생을 끼고만 계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게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그러다 혹시 자기도 아가처럼 행동하면 부모님이 자신을 다시 귀여워해 주실까 생각해 아가처럼 굴어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부모님의 꾸중 밖에 없지요.
『순이와 어린 동생』 표지와 본문
그럴 때 아이들은 정말 외로울 거예요. “엄마는 맨 날 나만 미워 해.”라고 생각하겠지요. 동생만 늘 예뻐해 그 동생이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동생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언제 미워했냐는 듯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요. 『순이와 어린 동생』에서도 길을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 헤매는 순이의 안타까운 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금방 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한 순이의 얼굴에서 우리는 형제간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습니다.

싸우면서 크는 형제간의 이야기는 『병원에 입원한 내 동생』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자신의 물건을 만진다고 화를 낸 언니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된 동생 때문에 마음 아파하다가 자신이 그처럼 아끼는 인형을 동생의 품안에 넣어 주지요. 아마 이런 마음은 어느 형제나 다 갖고 있을 것입니다.

『병원에 입원한 내 동생』표지와 본문
사실 한 형제 자매는 같은 뿌리에서 나고 자란 부정할 수 없는 혈연 관계이지요. 깊은 애정으로 엉켜 있는 형제자매이기에 조금만이라도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하면 어느새 형제간에 작은 마찰이 일어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작은 갈등은 형제끼리 더욱 아끼고 사랑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형제간의 다툼이 사랑의 소중한 의미를 만들어 줍니다.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어 주는 형제간의 사랑은 『의좋은 형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옛이야기인 이 책은 나보다는 형을 먼저 생각하고, 나보다는 동생을 먼저 생각하는 형제애의가 잘 드러난 책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양쪽 품에 끼고 형제간의 이야기를 함께 읽다 보면
『의좋은 형제』 표지
아이들은 어느 새 자신이 부모 형제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쁘게 인정하게 되지요.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양분은 마르지 않습니다. 정해진 양을 둘이나 셋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형제가 생길수록 더 많은 사랑이라는 양분을 만들어내지요. 대지의 양분을 쭉쭉 빨아먹고 자라는 나무처럼 형제간에도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책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책 속에 담겨 있는 따뜻한 형제간의 사랑을 배웠다면 형과 동생을 살짝 안아 보세요. 그러면 정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의 정을 몸과 마음으로 확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새 아이들 방에서는 언제 싸웠냐는 듯 작은 사랑의 속삭임이 들리네요. 저러다 금방 또 누군가가 달려나와 엄마를 찾으며 그간 생겨난 작은 이야기들을 저에게 다 쏟아 놓겠지요?
김혜곤 / 두 딸아이와 착한 남편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30대 주부입니다. 고양시 ‘이웃 사랑 독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어린이 독서 지도 교실을 꾸려 오고 있습니다. 항상 많은 꿈을 갖고 그 꿈을 실현시키고 싶어하지요. 주변에 있는 많은 친구들과 유쾌한 수다잔치 벌이기를 좋아하고 눈을 들어 조금씩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에 늘 새로움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