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웹진 제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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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책 이야기

[즐겁게 어린이 책 읽기]
책을 보면서 집중력을 길러요

김현진 | 2001년 10월

여러분은 혹시 보셨나요?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이제 막 6개월을 넘긴 아기들이 엄마 품속에 앉아 순식간에 넘어가는 플레쉬카드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모습을,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저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또 누군가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인간 발달에서 앎에 대한 문제는 이렇게까지 우리들에게 중요한 숙제로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살배기 아기 그림책』 표지
앎에 대한 문제란, 단순히 지식의 양적인 축적이나 획득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알아 간다는 것, 배워 간다는 것은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며, 이 과정 역시 인간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삶의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삐아제라는 학자는 인간의 앎의 문제에 작은 해결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영아기 아이들은 무엇인가를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느낌으로써 세상을 알아 간다고 합니다. 이것은 단지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자극에 대한 반응의 차원이 아니라, 사고의 과정이라는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집중력을 키워주는 책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단편적인 자극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우러나는 관심과 흥미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하고도 재미있는 내용과 방법으로 전달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특히 이동성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0세에서 2세 영아들은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호기심과 궁금증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찰력과 집중력을 발달시킬 수 있게 된답니다.

『뭐하니?』 표지와 본문
먼저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아이들과 책의 내용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읽을 수 있는『한 살배기 아기 그림책』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내가 평소에 많이 보아왔고, 그래서 자신있게 알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관심과 흥미, 거기에 자신감까지 덧붙여진다면, 그 순간 아이들은 책 속에 깊이 빠져들게 된답니다. 「까꿍! 나야 나」 「아장 아장 걸어요」「냐암냠 잘 먹었어요」「코록 코록 잘자요」라는 네 가지 주제로 일상 생활의 서로 다른 장면들을 동물들의 모습과 아이 자신의 모습으로 표현하여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은은한 그림이 마치 한 장의 예쁜 그림엽서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뭐하니?』는 ‘뭐하니?’라는 질문에 접했을 때, 답을 찾기 위해 재빨리 그 다음 장을 넘기게 하는 신비한 마력을 지닌 책입니다.

‘보아요’ 시리즈 표지들
아이들이 손에 쥐고 읽기에 딱 좋은 크기의 책으로 사계절 출판사의 시리즈물인 『두드려 보아요!』 『걸어 보아요!』『찾아 보아요!』 『물어 보아요!』를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두드려 보아요!』에서 나오는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문은 정말로 두드려 보고 싶을 만큼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똑똑’ 두드리는 장면에 이어 펼쳐지는 장면들은 책장을 넘기는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발견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줍니다.

여러분이 어렸을 때 자주 하던 놀이 중에서 ‘까꿍 놀이’를 기억하시나요?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었는지요. 그러한 정서를 동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 바로 『열두 띠 동물 까꿍 놀이』입니다. ‘없다’를 연발하는 동물들과 신나게 까꿍 놀이를 즐기다 보면,
『열두 띠 동물 까꿍 놀이』 표지
어느새 엄마와 아이가 함께 까꿍 놀이의 주인공이 되어 놀이를 하게 된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책들은 주로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상호 작용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반응을 이끄는 과정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여 집중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입니다. 반면에 조금은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간단한 스토리를 통해 아이 스스로 탐색해 나갈 수 있는 내용으로 『사과와 나비』『빨간 풍선의 모험』이 있습니다.

『사과와 나비』는 사과나무에 생긴 나비 애벌레를 통해 나비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그 나비가 다시금 사과나무에 사과가 열리도록 하는 역할을 통해 자연의 순환적 원리를 알게 하고, 동시에 단순화된 색채를 통해 사물의 변화에 주의력을 가지게 합니다.

『빨간 풍선의 모험』은 한 아이가 풍선껌으로 불었던 빨간 동그라미가
『사과와 나비』『빨간 풍선의 모험』 표지와 본문
진짜 풍선이 되어 날아간 후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형태의 변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는데, 위 두 책은 여백의 미를 충분히 활용해서, 절제된 색과 선으로 간결하고도 강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이란, 일차적으로 그들의 시선을 묶어둘 수 있는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시각적인 매력이 곧 아이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이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려면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하고도 흥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눈으로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되니까요.
김현진 / 덕성 여대에서 심리학과 유아 교육을 전공하고, 지금은 덕성 여대 평생교육원과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아동 문학을 강의하면서, 또 이제 막 세 돌이 지난 아들과 생활하면서 접해본 책은 수 없이 많답니다. 그 많은 책을 접하면서 책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늘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술 상자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