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02월 웹진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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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어린이 책 읽기]
우리 것이 좋아요

박주희 | 2001년 02월

우리 것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불국사 석가탑이나 석굴암, 고려청자, 경복궁, 해인사 팔만대장경 같은 문화재를 떠올리겠지요? 하지만 이런 유형 문화재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가 담긴 생활 풍습과 전통 풍속도 모두 우리의 문화 유산입니다.
『숨쉬는 항아리』표지 사진

몇 해 전인가 마이클 잭슨이 내한 공연을 왔을 때 우리 나라의 전통 음식인 비빔밥에 홀딱 반했다는 이야기가 화젯거리가 되었던 적이 있었지요. 비빔밥은 하얀 쌀밥에 깨소금과 참기름으로 무친 갖은 나물을 살짝 얹고 고추장으로 버무린 알싸한 감칠맛이 일품인 우리 고유의 음식입니다. 피자나 햄버거에 길들여진 우리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비빔밥이 어떻게 마이클 잭슨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천연 양념인 고추장의 매우면서도 시원하고 달짝지근하면서도 향기로운 맛 때문이었어요. 이 일화는 우리 고유의 맛, 즉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유쾌한 이야기입니다.

이 고추장을 맛있게 보관해 주는 고마운 그릇이 바로 옹기입니다.『숨쉬는 항아리』는 고추장뿐만 아니라 된장과 간장도 이 항아리 안에만 들어가면 맛있게 발효시켜 주고 김치가 들어가면 그 맛은 가히 일품이 된답니다. 또한 소독약 폴폴 풍기는 수돗물을 생수로 만들어 주는 마술사 같은 그릇이지요. 비록 고려 청자처럼 화려하거나 아름답지는 않지만 억지로 멋을 내지 않는 소박함과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지니고 있어요. 제아무리 좋다고 하는 바이오 김치 독이나 김치 냉장고, 정수기가 주방 한가운데 자리잡고 뽐내고 있지만 숨쉬는 그릇, 생명의 그릇 옹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지요.

옹기를 숨쉬는 그릇, 생명의 그릇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옹기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제 몸 속에 습기가 있으면 숨을 쉬어 그것을 밖으로 뿜어 내고, 건조해 습기가 부족하면 반대로 숨을 들이마셔 습기를 조절할 줄 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장독대에는 옹기로 만든 항아리들이 가득 차 있었지요. 아마도 그것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었을 거예요. 그러나 지금은 점차 이런 정겨운 풍경들이 사라지고 있어서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의 본문 사진

그런 의미에서 우리 것의 좋은 점을 알고 제대로 지켜냈으면 하는 바람을 실은 보림출판사의 전통 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과학나라 시리즈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우리 문화 유산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 주는 아주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탈과 탈춤을 소재로 한 그림동화『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는 네눈박이 탈, 소 탈, 양반 탈, 말뚝이 탈, 각시 탈, 미얄 할미 탈 등을 등장시켜 주인공 “건이가 각각의 탈을 쓰고 역할 놀이를 직접 해 봄으로써 우리 조상들의 신분적 갈등이나 울분을 자연스레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있습니다.
『쪽빛을 찾아서』 표지 사진
『배무이』 표지 사진

『쪽빛을 찾아서』는 우리 민족 고유의 색인 쪽빛을 재연해 내는 물쟁이 아저씨를 통해 우리 선조들이 풀잎이나 나무 뿌리, 열매 등과 같은 천연 재료를 이용하여 아름다운 빛깔의 물감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한편『배무이』는 배를 만든다는 뜻의 순우리말로 우리 조상들이 배는 어떻게 만들었고 또한 우리 나라 기후와 상황에 알맞게 어떻게 발전시켰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책들을 보면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와 멋, 과학성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전승되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남대문 같은 문화재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먹는 김치 같은 음식, 민속놀이, 한복, 한글도 훌륭한 문화 유산이며, 이렇게 소중하게 지켜온 우리 것이 얼마나 좋은지 느끼게 하는 올바른 길라잡이 역할을 하리라 기대됩니다.
박주희 / 1971년에 태어났습니다. 대학에서 유아 교육을 전공했으며 문화 유산 연구소 연구원입니다. 각종 사보와 잡지에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대 백화점 문화 센터, 서초 여성 문화 센터 등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우리 나라 문화 유산에 대한 강의와 답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