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1월 통권 제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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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지도의 이론과 실제]
어린이의 발달과 그림책

서정숙 | 2005년 07월

어린이에게 적합한 그림책이란 어떤 그림책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할 수 있을 것입니다만, 이 자리에서는 출생부터 초등학생의 발달적 특징에 기초하여 어린이에게 적합한 그림책의 특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 시기는 영아기로 불립니다. 2~3개월경의 영아는 목에서 내는 비둘기 소리 같은‘쿠잉’을 통해 소리를 실험하면서 음성적 놀이를 즐기고, 6개월경부터는 옹알이를 하면서 자신을 얼러 주는 성인과 대화 놀이를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6개월경까지는 영아와 눈을 맞추며 리듬감 있고 운율이 있는 노래나 동시를 많이 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 6~7개월경에 혼자 앉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영아와 같은 방향으로 앉아서 그림책을 읽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영아의 주의력은 제한적이므로 7~8장 정도로 되어 있는 짧은 보드 북을 읽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10~12개월이 되면 영아는 한 단어의 말을 하고 18개월에서 2세가 되면 두 단어를 결합하여 전보식 문장으로 말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때부터는 영아에게 익숙한 인물이나 동물, 사물, 일상 생활의 모습이 담긴 그림책(예 : 『싹싹싹』)을 보여 주면서 그림책을 사이에 두고 영아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이 때, 그림책은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놀이감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아제라는 학자는 만 두 살까지의 이 시기를 감각 운동기라 했는데요, 감각 운동기란 감각 기관이 빠르게 발달하고 오감을 통해 세상을 탐색하는 시기를 말하지요. 감각 운동기의 영아는 입과 손을 비롯한 오감각을 통해 주변 세계를 탐색하므로 세탁이 가능한 헝겊이나 부드러운 비닐로 된 그림책을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사회·정서적 측면에서 보면, 영아는 생후 6개월경부터 낯가림을 하기 시작하여 10~12개월경에는 심해져서 엄마와 떨어지면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 격리 불안을 겪게 됩니다. 또한 영아기는 일차적인 양육자인 엄마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 애착 관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시기이기도 하고, 2세 전후에는 적절한 배변 훈련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영아기에는 엄마와의 긴밀한 관계가 담겨 있어서 정서적 안정감과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그림책(예 : 『안아 줘!』)이나, 배변 훈련 과정이 담겨 있는 그림책(예 : 『응가하자, 끙끙』), 엄마와 영아가 동작을 함께 따라하면서 즐겁게 볼 수 있는 그림책(예 :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을 함께 보면 좋습니다.



이 시기의 유아는 서너 단어로 된 문장으로 말할 수 있고, 글자가 그림과는 다른 것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또한 글자에 관심을 갖고 책 읽기에 흥미를 느껴서 책을 읽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책을 갖고 다니기도 합니다. 더불어, 혼자 책 읽는 시늉을 하기도 하고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꾸며 말하기도 하지요. 이 때, 유아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중심으로 그림책을 반복해서 읽어 주면 유아는 같은 그림책의 글자에서 매번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경험을 통해서 글자의 기능과, 글자와 소리의 대응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반복 문형이 포함되어 있고 예측이 가능한 이야기 구조(예 : 『장갑』 『곰 사냥을 떠나자』)의 그림책이나, 앞의 이야기나 그림에 기초하여 다음 이야기나 그림을 연상할 수 있는 그림책(예 : 『무늬가 살아나요』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보여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특성의 그림책은 다음 이야기에 대한 유아의 호기심을 유도함으로써 그림책에 대한 유아의 관심을 지속시키고 능동적인 참여를 끌어 낼 수 있으니까요. 또한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 꾸미기를 할 수 있는 글 없는 그림책(예 : 『빨간 풍선의 모험』)으로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인지 발달의 측면에서 보면, 이 시기에는 주변 세계에 대해 호기심이 왕성해지면서 “왜?” “이거 뭐야?”라는 질문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고 들었던 것을 기억해 내는 능력이 생기면서 엄마나 아빠 그 외의 사람이 되어 보는 역할 놀이나, 비슷한 물건, 비슷한 상황을 접하면 “그런 척하는” 가장 놀이를 즐기지요. 그래서 이 시기부터 6세 정도까지의 유아들에게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자신의 상상의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소품이 됩니다. 곁에 보자기가 있으면 그것을 수퍼맨의 망토인 양 두르고 수퍼맨이 되어 나는 시늉을 하고, 곁에 모자가 있으면 그것을 교통 경찰관의 모자인 양 눌러 쓰고 교통 경찰관 시늉을 하지요. 이런 가장 놀이나 역할 놀이는 유아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상상력과 결합시켜 창의적으로 재현하는 놀이이므로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답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유아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간단한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 그림책(예 : 『배고픈 애벌레』)이나 유아의 상상력을 키워 줄 수 있는 그림책(예 :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놀이에 관한 그림책(예 : 『눈 오는 날』)을 보여 주면 좋을 것입니다.




이 시기 유아의 어휘는 급속도로 증가하지요. 그래서 이 시기를 언어 폭발의 시기라고도 합니다. 이제 소리와 글자 각각을 대응시킬 수 있고, 자신의 이름이나 친구의 이름, 가족의 이름을 읽을 수 있고, 자신의 이름을 쓰는 유아도 꽤 있지요. 그리고 글로 씌어지는 언어와 말하는 언어가 다른 형태를 취한다는 것과 다양한 목적에 따라 글 내용이나 형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요. 그래서 편지나 생일 카드를 쓸 때와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한 설명을 쓸 때 다른 형식을 취해서 글을 쓰려고 하지요. 물론 아직 혼자 글을 쓸 줄 모르므로 선생님이나 부모가 받아 적어 주어야 하지만요.

그리고 이 시기의 유아는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 즉 자아 중심적 사고를 하므로 다른 사람의 관점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엄마의 생일에 자신이 받고 싶은 분홍색 꽃 모양의 머리핀을 선물하기도 하지요. 이런 자아 중심적 사고로부터의 탈피는 가족으로부터 그 범위를 넓혀 친구나 그밖의 사람들과의 사회적 상호 작용 경험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 및 공감이 이루어지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또한 이 시기의 유아는 여전히 왕성한 호기심과 언어 발달로 질문이 많고, 여럿이 하는 역할 놀이를 즐깁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할 수 있는 주도성을 갖게 되고, 성에 대한 개념이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발달 양상에 비추어 4~6세에 적절한 그림책의 특성을 살펴보면, 2~4세 때나 마찬가지로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그림책(예 : 『선인장 호텔』), 상상력을 키워 주는 그림책(예 : 『괴물들이 사는 나라』), 긍정적 자아 개념을 담고 있는 그림책(예 : 『강아지똥』), 놀이를 담고 있는 그림책(예 : 『앵무새 열 마리』), 성공적인 모험담을 담고 있는 그림책(예 : 『꼬마 팀과 용감한 선장』)이 좋을 것입니다. 2~4세 때에 비해 조금은 더 복합적이고 더 긴 이야기의 그림책이 좋겠지요. 글 없는 그림책 또한 2~4세 때보다 좀더 세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예 : 『수염 할아버지』)을 선정해 주고, 그밖에 성 개념의 습득을 위한 그림책(예 : 『우리 몸의 구멍』), 주도성을 다룬 그림책(예 : 『다 큰 아기 당나귀』), 다른 사람의 입장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림책(예 : 『신발 밑의 꼬마 개미』)을 읽어 주면 좋을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영유아기나 사춘기에 비해서 신체나 체중의 성장 속도는 둔화되지만 자전거 타기, 스케이트 타기, 수영, 줄넘기, 야구, 농구, 피구, 테니스 등의 대근육 운동 능력과, 혼자 옷을 입고 벗고 신발 끈을 매고 식사 시간에 수저의 사용이 자유로워지고 글씨를 쓰는 손놀림도 유연해지고 악기 연주나 공예품을 만드는 소근육 운동 능력도 매우 향상됩니다. 신체 활동량이 많아짐에 따라 호기심이나 모험심도 커져서 사고의 발생도 많아지고, 점점 시력 교정을 필요로 하는 근시 어린이들이나 비만 어린이들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안내를 담고 있는 그림책을 제시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인지 발달의 측면에서 보면, 초등학생 시기에는 유아기에 비해 좀 더 세련된 상징을 사용하고 한 가지 측면에만 집착하지 않고 타인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주의 집중 시간이 늘어나고 기억할 수 있는 용량도 증가하며 기억 전략도 발달하게 되지요. 그리고 어휘의 수도 크게 늘어나는 동시에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추론하는 능력도 발달하게 되고 단어의 물리적 의미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의미나 이중적 의미, 미묘한 은유적 표현도 이해하게 됩니다.

사회·정서적 측면에서 보면, 초등학생 시기에는 자신에 대한 평가에 따라 자신감을 갖기도 하고 열등감을 갖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어린이들이 학업 면이나, 또래나 부모와의 관계 면에서, 그리고 신체적인 면에서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학교에 입학하면서 어린이의 활동 반경이 가정에서 학교로 넓혀짐에 따라 또래 집단에서의 성공적인 생활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대체로 동화책을 보게 되지만 그림책 중에는 초등학생들의 발달을 도울 수 있는 그림책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내 짝꿍 최영대』 『수호의 하얀 말』 『세 가지 질문』 『미스 럼피우스』 『리디아의 정원』 『곰 인형 오토』 『행복한 청소부』 등입니다.

이제까지 출생부터 초등학교까지의 발달적 특성과, 이에 기초하여 어린이에게 제시할 수 있는 그림책의 특징을 살펴보고 그런 특징을 갖추고 있는 그림책의 예를 몇 권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연령별 특징에 따른 그림책의 선정은 그림책을 선정하기 위한 하나의 지침에 불과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림책별로 그것을 읽어야 할 고정 불변의 연령이 정해져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지요. 읽어 주는 사람은 읽어 줄 대상인 어린이의 여러 가지 상태, 즉 이전에 그림책이나 글자를 접한 경험의 폭과 깊이가 어떠한지, 어린이가 처해 있는 상황은 어떠한지를 고려하여, 일반적인 발달로 볼 때는 3세에 읽어 주기에 적합한 그림책을 6세 유아에게 읽어 줄 수도 있고, 반대로 6세 유아에게 읽어 주기에 적합한 그림책을 3세 유아에게 읽어 줄 수도 있어야 합니다.
서정숙 / 유아에 대한 공부를 통해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림책에 대한 공부를 통해 삶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유아 교육을 전공하였고, 「Caldecott 메달 도서의 특성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고, 저서로 『부모의 그림책 읽어주기』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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