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1월 통권 제182호
속 깊은 책 이야기
더불어 책 읽기
책 너머 세상 읽기
열린어린이 선정 이달의 좋은 책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열린어린이 책 이야기

[작가를 찾아서]
삶과 자연을 문학으로 걸러내는 작가 황선미

김원숙 | 2003년 10월

황선미 선생님
하늘이 높아졌습니다. 바람도 서늘합니다. 유난히 더우면서도 끈질기게 비를 쏟아 내던 여름이 가고, 어느새 가을입니다. 자연의 흐름은 어김없습니다. 자연의 이치에 고개숙이며, 자연과 그 자연 속에 살아 가는 우리네 삶을 작품 속에 녹여 내는 작업을 진지하게 실천해 온 한 작가와의 만남을 돌이켜봅니다.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황선미 동화 작가. 자연의 문제나 인간 문제를 다루고 있는 16편의 작품 얘기와 그 작품이 있게 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쏟아져 내리는 비의 소리와 천둥 번개 소리 속에서 가졌던 긴 만남이었습니다. 빗속에 들고 갔던 작은 꽃다발에 고마워 어쩔 줄 몰라하는 한 ‘인간’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반가운 인사와 궂은 날씨에 대한 몇 마디 말을 나눈 뒤 선생님과 곧 책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은 책장에서 뽑아 오신 몇 권의 책을 탁자 위에 놓으시고는 곧바로 이야기를 풀어 내십니다.

“사람들은 내가 『마당을 나온 암탉』을 가장 아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내게 가장 아끼는 작품을 꼽으라면 『늘 푸른 나의 아버지』를 꼽겠어요. 그건 그 작품 안에 우리 5남매와 아버지 어머니가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애썼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에요. 책에는 찬우가 한 것으로 나오지만 땅콩밭에서 일한 것도, 돈을 다림질한 것도 다 나였습니다. 나를 찬우와 영주로 나눈 것이에요. 마음으로는 늘 해일이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선생님은 어렸을 때 참으로 버거운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 책에서처럼 아버지는 평택에서 들어와 미군 부대와 둔포 쪽으로 갈라지는 길목의 삼거리에서 자전거 포를 하셨다고 합니다. 외삼촌으로 인해 집안 살림이 어려워지고, 방앗간 하는 외삼촌네 곁방에서 고달픈 생활을 해야 했던 때라고 하셨습니다. 가난할수록 아들이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님 때문에 맏딸이었던 선생님은 중학교도 못 다니셨다고 합니다. 그 때 선생님은 부모님에게 나는 자식이 아니냐고 고집도 피우고 반항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말하셨습니다.

『늘 푸른 나의 아버지』표지와 본문

“중학교에 가지 못해서 낮에 밖으로 안 돌아다니고 혼자 책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집에서 국어 사전만 봤어요. 공책에 모르는 낱말 찾아 쓰고 한자 쓰고 이야기 쓰고 그랬지요.”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어디로도 갈 수 없고 어디로 가지 않을 수도 없’었던 절망의 시기에 방안에 틀어박혀 붙들고 있었던 책들이 아마 지금의 한 작가를 있게 한 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읽었던 책들 말고 또 하나 방황하는 선생님을 붙들었던 존재가 선생님의 아버지셨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지 못하는 데 대해 늘 미안해하셨던 선생님의 아버지. 미군 부대에서 용접 일을 하셨던 선생님의 아버지는 사우디로 일하러 가시기도 했었는데 먼 타국에서 번 돈을 집으로 보내시면서 5,000원은 선미가 좋아하는 책 사게 해 주어라, 하고 편지에 쓰시곤 하셨답니다. 지하실 창고에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계셨던 분이셨답니다. 미안함에 더해 맏딸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이셨다는 선생님의 아버지. 그런 이야기를 듣다가 그 아버님 자신은 어떤 분이셨는지 궁금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들 원과 함께 한 선생님
“아버지는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하신 분이셨어요. 세상살이의 원칙이 지켜져야 된다고 생각하셨죠. 하루는 아버지께서 농협 앞에서 5,000원을 주우셨대요. 아버지는 그걸 농협에서 일하는 아가씨에게 갖고 가서 주인을 찾아 주라고 했었나 봐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주인이 안 찾아가서 아가씨가 다시 아버지께 5,000원을 돌려주니까 아버지는 그걸 갖지 못하고 농협 아가씨하고 2,500원씩 나눠 가지셨대요.”

경제력은 없으셨지만 그런 꼿꼿함을 지니셨던 아버지는 선생님에게 정신적인 지주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용접공으로서 철판 다루는 일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던 선생님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인지 선생님은 다시 아버지에 대한 말씀을 이으십니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사우디에 가면 야하드에 있는 대학 병원에 가 보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어요. 그 병원에서 몇 년 동안 배관 일을 하셨거든요. 배관이면 건물 속에 있으니까 겉으로 보이지 않잖아요. 그런데도 자신이 한 일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계셨어요. 자전거 포를 할 때 아버지는 자전거를 직접 조립해서도 파셨는데, 바퀴를 완성하면 벽에 걸어 놓고 보시곤 하셨어요. 바로 그 자전거를 팔고 들어오시면 뿌듯해하시곤 했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곁에서 보면서 선생님은 인생에 대해 곡진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셨나 봅니다. 선생님의 아버지가 자전거 포를 하실 때, 자전거가 단순히 굴러 가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인생인 것 같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는 말씀을 하시는 걸 보면 말입니다. 선생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마당을 나온 암탉』도 바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십니다. 열심히 사는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 쓴 글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책 집필의 뒤안에는 갈등과 상실의 아픔이 있었다고 하십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표지와 본문

“그 이야기는 닭이 주인공이지만 동화로 생각하고 쓴 것은 아니에요. 사람이 등장해서는 여러 가지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할 것 같아서, 동물을 등장시켜서 그렸던 거지요. 아버지가 말기 암 환자로 누워 계실 때, 1999년 12월에 탈고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게 뻔한데 나는 글을 쓰고 있었어요. 나는 글을 쓸 때 행복함을 느끼고, 안 쓰면 못 배기고……. 아버지는 누워 계신데 나는 왜 이러고 있나, 자괴감도 있었지요.

한번은, 제가 그때 광주에 살고 있었는데, 병환 중이신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몇월 몇일에 와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말씀을 하셨어요. 이미 그 날짜는 지났는데, 하면서 부리나케 올라가다가 도대체 그 날짜가 뭘까 생각했지요. 그런데 수첩을 찾아보니까 그게 바로 그날의 음력 날짜더라고요. 아, 그래서 아버지와 나는 엮여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 다음 주에 MBC에서 작가들이 함께하는 자리에 제가 초청되었었는데, 멀어서 그냥 안 가야겠다고 맘먹고 있었지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살면서 얻어먹어서 좋은 밥이 있다는 말씀을 하시기에 올라와서 행사에도 참석하고 아버지도 뵈었습니다. 그 덕분에 아버지 임종을 제가 지켰지요.”

바깥에는 천둥 번개가 치는데, 선생님 삶의 각별한 경험을 듣고 있으려니 더욱 서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외로운 꿈 하나를 붙들고 그 꿈을 이루어 내려고 애쓰던 잎싹의 삶이, 족제비의 새끼들을 위해 자기 몸을 먹이로 내어 주며 먹고 먹히는 자연의 섭리를 선선히 받아들이던 잎싹의 죽음이, 작가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았었구나 하는 생각도 하며 처연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돌아가실 무렵, 아버지께서는 봄이 오는 걸 한 번만 더 봤으면 하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말씀을 들으면서 사람의 욕망은 끊이지 않는 거구나, 희망이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인가보다, 죽음과 삶은 겹쳐 있는 게 아닌가, 우리가 사는 세계가 한 겹은 아닌 것 같다, 뭐 그런 생각을 했지요.”

아버지를 통해서 삶에 대하여 느낀 것이 많으셨던 만큼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잎싹의 비장한 죽음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여겨졌습니다. 생각의 깊은 뿌리에 선생님의 아버지가 계셨던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아버지께서 아주 동화적인 분이셨기에 선생님이 동화를 쓰고 있는 것 같다고까지 말씀하십니다.

감나무와 달팽이 계단
선생님은 평택에 있는 본가에 큰아들을 낳은 기념으로 감나무를 심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아버지께서 누군가 내다버린 계단을 질질 끌고 와서는 감나무 곁에 세우셨답니다. 감나무 밑둥에서부터 빙글빙글 감나무를 휘감아돌아가서는 나뭇가지에까지 이르는 계단. 아버지는 감나무에서 감을 잘 따고 감나무도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 주신 것이고 선생님은 그 계단을 ‘달팽이 계단’이라고 부르셨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작품 속에 아버지의 숨결이 배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거운 철제 계단을 끌고 와서 힘들여 용접하고 나무 곁에 세우셨을 선생님의 아버지 모습을 그려 보자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선생님 아버지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이제 선생님의 또 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생각되어 뭉클한 이야기들에 가라앉았던 마음을 일으켜 책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습니다. 선생님이, 가져 오신 책 가운데 『소리없는 아이들』에 대해 먼저 말씀하십니다.

“노와리에 있었던 농아원 이야기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들판 쏘다니는 걸 좋아했거든요. 중학교엘 안 다녀서 수학이 어려웠는데, 수학 시험 때면 시험 안 쳐도 평균 점수를 주는 줄 알고 시험 안 보고 들판으로 나갔었어요. 억새풀밭에 가서 들판에 풀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곤 했지요. 그 들판 끝 즈음에 함석 건물이 있었는데 애들이 많고 움직이기는 하는데 이상하게도 소리가 안 들리더라고요. 나중에 보니까 그 곳이 농아 고아원이었습니다. 그래서 반 애들에게 모자를 돌려서 돈을 걷고, 떡 하고 과일 사고, 인형도 사 가지고 농아원에 갔었어요.”

그 때 가서 만났던 아이들의 모습, 사랑받지 못해서 안타까운 농아들의 모습들을 한 편의 이야기로 엮어 내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시절 선생님이 들판을 돌아다니며 보았던 자연의 모습들을 다른 작품들 속에 속속 녹이게 되었을 것입니다. 자연을 가까이 느끼고 생활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자연을 아끼며 살기를 바라는 내용의 작품들도 몇 편 됩니다. 『샘마을 몽당깨비』『약초 할아버지와 골짜기 친구들』『과수원을 점령하라』같은 작품이 그렇습니다. 이렇게 선생님이 자연에 대한 애정을 작품 속에 담는 데는 어떤 뜻이 들어 있을까요?

『약초 할아버지와 골짜기 친구들』표지와 본문

“우리가 자연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우리 사람들은 자연보다 나은 게 아닌데 사람이 자연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자연도 우리가 쉽게 없앴다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보아요. 우리가 파괴한 것을 다시 인공적으로 조성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이나요? 우리는 자연을 그리워하면서도 두려움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 오래 살아온 나무를 그렇게 쉽게 베어내다니요. 사람만 말을 가졌겠어요. 나중에는 우리가 산소를 사와야 하는 상황이 될지도 몰라요. 내가 어릴 때 본 것을 내 아이들이 못 본다고 생각하면 무섭고 안타깝습니다.”

『과수원을 점령하라』표지와 본문

선생님의 살아 온 이야기와 작품에 얽힌 이야기, 선생님이 자연에 대해 갖는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접으며 선생님의 작품들에는 대부분 무거운 주제가 많고 작품의 기저에는 슬픔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밤에 공부하던 때 데모하던 학생이 국어를 가르쳤는데, 그 때 생각을 많이 키웠지요. 우리 나라 단편 소설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런데 작품들이 남자 여자의 사랑 아니면 할 얘기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이 다인가 싶었습니다. 10대 초반의 어린 눈에는 그런 것만 보였어요. 작품의 분위기는, 하고 싶은 얘기를 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주인공이 어둡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건 내가 어렸을 때의 정황, 정신적으로 성숙하던 시기의 정황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가 자기 주변 얘기를 떠나서 쓸 수 없거든요. 어쨌든 자기 조각이 들어 있는 것을 써 내는 거니까 그렇지 싶어요.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는 유머가 없어요. 쓸데없이 삶의 진정성에 대해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문학은 자기 표현이다.’라는 말이 사실임을 선생님에게서 다시금 확인하였습니다. 선생님의 작품이 선생님의 지난 삶에서 자아져 나온 것임을 깨달으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선생님의 삶과 작품을 함께 느껴 보아야겠다는 바람을 가졌습니다. 그 바람에 이어 선생님이 작품을 쓰실 때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시는지 창작의 과정에 대한 질문을 드렸습니다.

『목걸이 열쇠』『까치 우는 아침』『초대받은 아이들』표지

“그건 큰 고민이 아닙니다. 머릿속에서 결론을 어떻게 갈 것이냐 하는 것은, 써 가는 과정에 부록처럼 붙습니다. 쓰는 동안에 인물 누구를 세우느냐 정하고, 주인공에 대치되는 매력적인 조연이 생기면 대치 구도나 위기 상황이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그리고 나서 이야기를 어느 정도 쓰고 나면 먼저 애들한테 확인하지요. 우리 아이들에게 얘기 들어 볼래, 하고 쓴 내용을 들려주어요. 블럭 놀이 하면서 듣던 아이들이 멍하니 있다가, 멋있다, 그러면 된 거라고 생각하지요.”

선생님의 창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참이라 내친 김에 선생님의 표현력의 비결에 대한 질문까지 드렸습니다. 선생님 작품 속에 나타나는 뛰어난 표현은 어떻게 얻어진 것인지 독자들이 궁금해 할 것 같다고 여쭈었습니다.

『꼭 한가지 소원』『일기 감추는 날』『빈 집에 온 손님』『앵초의 노란 집』표지

“어떻게 생각하면 문체가 그 작가를 가장 잘 말해 주는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묘사를 통해 나를 가장 잘 보여 줘야 하는 것 같아요. 묘사할 이미지를 에둘러서 표현하지 않고, 딱 맞는 표현 딱 맞는 낱말을 가능한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사전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 문장들이 부담 없이 읽히는지 몇 번씩 읽어 봅니다. 낱말, 문장, 문구 하나 하나의 기본이 정확하게 씌어야 한다고 봅니다. 문장 길이에서도 지루함이 없어야 하니까 도치를 사용하기도 하고요. 걸리는 것이 있으면 고치고……. 그렇게 해도 잘못 씌어지는 것이 있으니까. 안 되면 놔둬요. 집중하고 내가 찾으려고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아요.”

고민과 열정을 뒤섞어 발표하는 작품들. 그래서인지 선생님의 작품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되었던 작품들뿐만 아니라 『나쁜 어린이 표』 『목걸이 열쇠』 『까치 우는 아침』 『초대받은 아이들』 『들키고 싶은 비밀』 『꼭 한 가지 소원』 『일기 감추는 날』 등이 그것들입니다. 그런 여러 작품들을 발표한 작가로서 작품을 내어 놓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들은 어떤지, 작품들 중에는 호평을 받은 작품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있는데, 작가에 대해 거는 기대와 독자들의 반응을 선생님은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여쭈었습니다.

“작품 쓰고 나면 부단히 그곳에서 도망가고 싶어집니다. 유쾌함이 그리워지죠. 촌스럽지 않은 위트 같은 것! 그리고 부단히 아주 다른 얘기를 하고 싶어집니다. 생활 얘기하는 데 한계가 느껴지면 다른 깊은 얘기, 동물 얘기를 하고 그러지요. 그리고 작품의 평가에 대해서는 그냥 받아들입니다. 그 나이 때, 그 시대 썼던 것을 다시 고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자신이 낳은 자식과도 같은 작품에 대해 다른 이들이 행하는 평가들에 대해 순하게 받아들이는 솔직한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선생님의 작품이 인기있는 만큼, 외국에 소개되는 일들도 많다는 사실로 이야기가 흘러갔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일본에 번역된 일 외에도 『나쁜 어린이 표』『초대받은 아이들』 같은 작품들이 대만과 인도네시아에서 번역되어 다른 나라 어린이들이 읽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선생님은 작가로서의 영광은 둘째이고, 후배들에게 작은 길을 닦아 준 것 같아서 흐뭇하다고 하십니다.

다른 나라에 번역된 선생님 책들

외국에 소개되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은 책 속의 그림 한 장면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림 속에 우리 한글이 그대로 씌어 있다고 하시면서, 그 그림 속에 적힌 이름들이 그림 그리신 권사우 선생님의 본명이고, 그 책을 편집한 편집자들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말하면서 무척 재미있어 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선생님이 생각하는 어린이 상에 대해서, 아들과 영화 보는 일을 즐긴다는 취미에 대해서, 다큐멘터리를 보면 뼈가 채워지는 든든한 느낌이 드신다는 말씀, 아이들과 부모가 서로의 실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대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부모 자식 사이를 만드는 것 같다는 경험담에 이르기까지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누었습니다. 그리고는 길었던 인터뷰 시간을 마무리 했습니다.

그칠 줄 모르는 비에 돌아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걱정으로 배웅을 받으며 수원의 선생님 댁을 떠났습니다. 푸근한 시간을 보내고 따스한 배웅까지 받아서 그런지 내리는 비에 옷이 젖는 일도 그다지 싫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만남을 돌아보며 문득 생각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자연 속에 살고, 또 삶은 문학으로 걸러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작가는 다시 그 문학이 우리를 삶으로, 자연으로 돌려 놓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며 일하는 사람이 아닐까!
김원숙/ 오픈키드 도서 컨텐츠팀장. 대학에서 정치 외교학을 공부했지만 아이들과 놀기, 책 읽기를 좋아해서 어린이들과 더불어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오래 하였습니다. 지금은 오픈키드에서 도서 컨텐츠팀을 총괄하면서 어린이 책에 파묻혀 지냅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으며 행복하기를 바란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