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1월 통권 제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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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었어요]
궁금한 게 많아요

이명수 | 2003년 04월

“거 봐, 왼쪽이 서쪽 맞잖아!”
“뭐? 나∼차암 아니라니까∼안! 너를 중심으로 오른손 방향은 오른쪽, 왼손 방향은 왼쪽이라고 하고, 동서남북은 해가 뜨는 쪽이 동쪽, 그리고 해가 지는 쪽이 서쪽이야!”
“아∼니야∼! 내가 책에서 봤는데 왼쪽이 서쪽이랬어∼!!! 아빤 그것도 몰라?”

『나의 첫 지도책』본문
지난 설 연휴, 시골에 다니러 가며 큰 녀석과 장장 일곱 시간 동안이나 입씨름했던 내용이다. 덕분에 먼길을 심심치 않게 다녀왔지만……. 조만간 나침반을 사 줘야겠다.

난 일곱 살, 다섯 살 난 사내아이를 두고 있다. 지난 월드컵 때였다. 때마침 큰 녀석은 어린이집에서 나라와 수도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어느 날 “아빠, 터키가 아시아야? 유럽이야?” “글쎄? 유럽(일 걸?)!” 이 녀석도 약간은 고민을 하는 모양이었다. (터키는 보스포러스 해협과 다르날레스 해협을 끼고 아시아와 유럽 두 개의 대륙에 걸쳐 있다.)

아이는 날마다 경기가 열리는 나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 왔고, 『나의 첫 지도책』을 찾아 한 장씩 넘기며 함께 세계 일주를 했다. 이 책은 대륙별 나라와 특산물, 명승지, 인종 등 적잖은 사회 문화적 정보들이 그림으로 쉽게 잘 묘사되어 있어 대강이나마 각 나라를 이해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월드컵 열풍을 타고 다른 나라에 대한 아이의 관심은 날로 더해 갔고, 나중에는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겠다며 아예 이 책을 허리춤에 끼고 다녔다.

나는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며 세상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할인점에 들러 지구본을 사서 안겨 주었다. 그리고 저녁이면 잊지 않고 아이와 함께 지구본을 돌리며 나라와 수도를 함께 찾아 보면서, 나중에 크면 반드시 세계 일주를 하자는 꿈도 나누었다.

이 때 곁들여 읽힌 책이 『우리가 사는 지구』이다. 이 책은 지구의 자연, 기후, 우주 속의 지구 등 지구의 자연 환경에 대한 과학적 개념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때부터 아이는 용암, 태양계, 우주, 은하계에 대한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아빠! 태양계는 은하계 밖에 있어? 우주에서 태양이 제일 커? 다른 데도 사람이 살어? 용암이 터지면 어떻게 돼? 지구 속엔 뭐가 있어?”

『우리가 사는 지구』표지와 본문

이런 질문을 받으면서 이 책은 새로운 개념을 확장하도록 돕는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 아이가 알게 된 것이 동서남북을 나타내는 4자를 닮은 방위 기호였다.(왼쪽도 서쪽!) 이후 아이는 한동안 밖에 나갈 때면 어린이집에 갈 때조차 아무런 상관없는 손바닥만한 세계 지도책을 펴들고 “아빠 왼쪽, 쭉∼ 가서 오른쪽 우회전, 그렇지!” 하며 훈수를 두곤 했다.

또 지난 일 년 간 우리 아이는 수시로 『우리 몸의 구멍』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아이에게 인체의 생리 현상을 가르쳐 주고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시키는 효과가 있다. 음식을 먹으면 식도를 지나 위로……. 우리 몸의 모든 구멍들에 대해 알기 쉬운 설명과 그림으로, 이 또래 아이들의 호기심에 적절한 답을 주고 있다. 아이는 정자와 난자에 대해서도 지식을 갖게 되어 이를 화제 삼아 심심찮게 질문을 하곤 한다. “아빠, 정자 여러 개가 난자한테 들어가면 어떻게 돼?” “정자하고 난자는 어디서 만나?”

『우리 몸의 구멍』표지와 본문

그림책은 여러 가지로 유용하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색감을 익힐 수 있고, 색감의 차이만으로도 전통과 이국의 정서를 접할 수 있어 풍부한 감성을 계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나는 특히 그림이 좋은 책을 권하는 편이다. 또한, 간단명료한 그림과 적절한 도움말이 곁들인 그림책은 개념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세밀화로 그린 자연 도감을 권하고 싶다. 곤충 도감, 동물 도감, 식물 도감 등등……. 사물을 인식할 때 대개 기본적인 색감과 선으로 기억되는 것으로 미루어, 아이들이 사물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는 사진보다 세밀화가 훨씬 유용하다고 본다. 그래서 가까운 공원이나 야외에 다녀올 때는 식물을 한 가지쯤 채집해와서 아이와 함께 도감을 펼쳐 찾아보곤 한다. 요즘에는 아이가 질문을 해 오면 『과학대백과』, 한글 사전, 도감 등을 함께 찾는 내기를 한다. 원하는 정보를 찾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말이다.(‘아빤 그것두 몰라? 으이그∼!!!’라는 말을 듣지 않는 비법이니 알아 두시길…….)

『과학대백과』본문
나는 아빠로서, 우리 아이가 남보다 더 똑똑한 사람보다는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을 가진 성실한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기도한다. 아이와 함께 세상을 자유롭게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금한 게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 원고의 말머리를 놓고 고민하는 동안, 방 저쪽에서 약간의 억지가 배인 큰아이 목소리가 울린다.

“엄마, 기역이 두 개면 쌍기역, 디귿이 두 개면 쌍디귿이지. 그러니까 브이(V)가 두 개면 쌍브이(w) 맞지?”
“…….”
나쁘지 않다.
이명수/ 기공 강사와 비영리 단체 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꽤나 세상을 고민하며 사는 듯하나, 한편으로는 대책 없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큰 아이 ‘똘똘’과 작은 아이 ‘쑥쑥’과 함께 아내 속을 어지간히 썩히며 잘 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