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7월 통권 제1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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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사람과 사람, 그 안의 책임
우리가 정말 촘촘히 얽힌 관계망 속에서 살고 있었더군요. 초여름 더위에도 마스크 쓴 사람 천지입니다. 중동에서 건너온 감기 걱정에 마스크가 동이 날 지경이라네요. 페스트가 창궐하던 중세 시대 그림을 보면 의사가 새의 부리처럼 생긴 두건을 쓰고 있습니다. 공기 감염을 막으려고 부리 부분에 방향제 적신 솜을 넣고 있었다고 하네요. 올여름 풍속도에는 마스크를 쓴 거리 풍경이 담기겠네요. 이런 딱한 상황을 겪으며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음을, 한 개인의 문제가 모두의 문제로 번질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의 파장은 제게도 퍼져 왔습니다. 6월 첫 주, 갑자기 아버지가 응급실을 거쳐 입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검사 끝에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결과를 들었지요. 부산에 있는 병원을 알아보고 수속하려는데 입원이 어렵겠다는 겁니다. 아침부터 서둘러서인지 그때 마침 제 몸에 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증상은 없었지만 혹시 잘못되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건 아닌가, 아픈 아버지 힘드시게 하고 의심 환자로 여겨져 마음 불편하고…. 심경이 복잡했지만 확진자 수가 계속 늘던 때라 할 수 없이 자가 격리를 했습니다.

다행히 며칠 후 아버지는 입원을 하셨습니다. 입·퇴원을 거듭하면서도 당신은 노인이 아니므로 요양병원에는 안 가신다던 아버지는 지금 혼자 병원생활을 하고 계시지요. 병원 측에서 면회 불가 조치를 내렸기 때문에요. 이제 유배된 노인이 되었음을 씁쓸하게 곱씹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안타깝고 죄송스럽습니다. 중동 감기의 파장이 저희 가족에게만 미쳤을까요? 이런 일쯤은 명함도 못 내밀 사소한 불편과 안타까움이겠지요. 병상에서 고열에 시달리고 있을
환자들, 가족을 잃은 사람들…. 가슴 아프고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환자를 치료한 일이, 병문안 가서 위안을 드린 일이, 환자를 이송해 주고 간병한 일이 생사의 갈림길이 되어야 하는 걸까요? 염려가 넘쳐서 전철에서건 거리에서건 누가 재채기라도 하면 무섭게 흘낏거리고, 무책임하게 왜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 갔는지 개인을 탓해야 하는 걸까요? 정부에서 먼저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대처했어야 옳았을 것입니다. 사람들을 두려움에 술렁이게 만든 높은 이들이 원망스럽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던 약속, 큰 문제 아니라던 장담, 세계 최고의 의술을 갖췄다던 자랑…. 왜 모두 말뿐인 것인지! 무책임을 절감한 오늘이 내일의 단단한 책임을 낳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편집인 김원숙 | 2015년 0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