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6월 통권 제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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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흑토마토야 쑥쑥 자라렴

올 텃밭 농사로 우리 집 농부가 오이, 가지, 고추, 토마토, 고구마 모종을 심었습니다. 우리 집 식단을 풍성하게 해 줄 먹을거리들이죠. 그런데 심어 놓은 토마토 모종이 싹뚝 잘려 있었습니다. 벌레가 먹었나 싶어 벌레를 잡아내고 다시 심었는데 또 싹뚝. 무슨 일인가 하고 텃밭을 지켰더니 참새가 연한 모종을 날름 먹은 것이었지요. 어째야 하나 고민하다 버려진 그물망으로 보호막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텃밭에는 그물망 아래 흑토마토가 자라고 있지요.

텃밭을 일군 지 3년 밖에 안 되었지만, 농사는 어려운 만큼 참 소중한 일인 것 같습니다. 갓 딴 채소의 싱싱한 단맛을 느끼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행복까지 누리게 하니까요. 한데 그 풍성한 기쁨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더군요. 밭을 갈고 거름 뿌리고 풀 뽑아 주고 지지대 세워 주고 때로는 그물망으로 보호도 해 주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자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곁에서 지켜 봐 주고 지지대를 세워 주고 그물망도 쳐 주어야 하겠지요. 헬리콥터 맘처럼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단단하게 제 뿌리를 내릴 때까지 몸소 움직여 도움과 사랑을 주자는 의미입니다. 책을 읽으라고 말만 하지 말고 먼저 책을 읽고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하고….

필요한 거름도 너무 많이 주면 오히려 웃자라서 열매가 잘 안 맺힌다는데, 지나치게 사랑만 주면 자기 밖에 모르기도 하나 봅니다. 용기 있는 발언인 양 ‘일하지 않는 노인은 가축’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것을 보면요. 노령 인구가 늘어 젊은 세대의 짐이 무거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 부모를 키우느라 앙상해지고 늙은 몸을 가축이라 몰아붙이는 것은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닐까요? 국민 세금으로 받은 수천만 원의 국회 대책비를 개인 금고에 모았다거나 자식 유학 보내는 사람들은 월급 80만 원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의 힘겨운 삶을 얼마나 공감할까요?

사사로이 쓰일 돈이 있다면 변변하게 읽을 책도 없는 아이들, 점심 못 먹는 아이들의 좋은 그물망을 만드는 일로 쓰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흑토마토가 어느 정도 자라면 그물망은 필요 없어 벗겨 낸다는데…. 사랑으로 건네준 책을 읽고 감동하고, 사랑으로 지어 준 밥을 먹고 건강해진 아이들이 나중에는 다른 어려운 이의 든든한 그물망이 되어 주지 않을까요? 우리 텃밭 흑토마토야, 쑥쑥 자라거라. 우리 모두의 기쁜 수확이 되거라.

글쓴이 편집인 김원숙 | 2015년 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