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통권 제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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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멋쟁이

오랜만에 동료들과 저녁 약속이 있던 날, 아침 일찍 나가 전철을 탔습니다. 꽤 번잡한 잠실역에서 긴 환승통로를 걸어가는데, 제 앞 많은 이들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면서 누구 뒷모습이 더 멋진가, 저들은 자기 뒷모습이 저렇게 보일 것임을 생각한 적 있을까, 가늠해 보며 슬며시 웃음도 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며 자연스레 드는 생각, 내 뒷모습은 어떨까?

저는 월간지나 계간지 등의 잡지들을 대하면 맨 뒤부터 읽곤 합니다. 책의 맨 앞이야 당연히 누구든지 멋지게 꾸리지만, 맨 뒤쪽까지 앞쪽만큼 비중 있고 단정하게, 소중하게 만져졌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뭔가 은밀하게 재미있는 것은 뒤에 있다, 언뜻 그리 안 중요한 듯 여겨져도 사실은 깊고 은근하게 반짝이는 보석은 뒤에 있다, 뭐 이런 혼자만의 억측이 작동하는 걸 수도 있고요. 아니면 책을 조금이라도 빨리 읽어내려는 꼼수일 수도 있지요. 아무튼, 그러다가 드는 생각은 당연히, 우리가 만드는 책은 뒷모습까지 멋진가?

올해 들어 부쩍 텃밭 가꾸기, 주말농장 꾸리기, 밭일하기, 농사연습에 몰입하는 벗들이 늘어나네요. 저는 지난봄에 상추 열 뿌리를 심었던 한 평짜리 화단 밭을 이제 정리했습니다. 여기 또 다른 어느 채소를 심을까 궁리하다가 아예 주말농장, 혹은 오래 농사지을 터전 알아보기 등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곳으로 귀촌한 벗들이 생각 나, 다음 달부터는 우선 그들부터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주에서 특용 작물 농사를 시작한 이, 경기도에서 생태 환경 수련관을 준비하는 이, 곡성에서 전통적인 논밭 농사짓는 이… 가서 보고 좋으면 그냥 따라붙어도 괜찮겠지요.

요즘 길가에서는 원추리, 능소화, 접시꽃, 무궁화, 배롱나무 들을 쉽게 대할 수 있지요. 이 가뭄에 흙먼지를 뒤집어쓰고도 멋진 빛깔로 피어나네요. 저 길가 멋쟁이들한테서 배웁니다. 정말 소중하거나 두려운 것들에 대해서는 입 밖으로 꺼내 말하거나 글로 드러내기 어려운 것 아닐까. 이 한여름에 내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무얼까.

2014년 7월 20일
편집인 조 원 경

글쓴이 편집인 조원경 | 2014년 0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