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4월 통권 제29호
속 깊은 책 이야기
책으로 보는 우리 세상
즐거운 책 읽기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편집인의 글

탈출구

기타 몇 대와 드럼, 키 보드 그리고 보컬로 구성되는 밴드 활동을 아이들이 그리도 신나하며 좋아할 줄 몰랐습니다. 진짜 드럼이 구해지기 전에는 사과 궤짝을 뒤집어 놓고 두드리며 박자 감각을 익히면서도 아이들은 기뻐했습니다. 자기가 보컬을 맡을 차례를 기다리는 마음도 넉넉합니다. 성남과 서울 문정동 고층 아파트 사이의 비닐 하우스 마을에 있는 공부방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팍팍한 가정 현실, 학교에서의 소외, 친구와의 삐걱거림, 욕심껏 이룰 수 없는 학업……늘 고개 떨구고 걷는 듯 보이던 이 아이들이 밴드 활동을 하면서는 윤기를 찾았습니다. 숙제며 청소며 설거지까지도 순식간에 뚝딱입니다. 빨리 악기를 잡고 싶어서지요. 중병으로 누워 계신 친구 아버지와 할머니들께 폐가 되지 않으려고, 곧 헐리리라 예상되는 비닐 하우스 공부방 벽에 계란판과 스티로폼을 사다 붙이는 등 방음 공사에도 열심입니다. 지난해 말 겨우 밴드를 결성했는데 올해 예정된 공연이 벌써 네 차례이지요. 마음도 바쁘고 몸도 바쁘게 아이들은 매일 오후면 먼지나는 뚝방길을 달려 이 탈출구, 해방구를 찾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교실에는 어떤 책이 있으면 좋을까, 어떤 책을 보내 주면 좋을까 생각하게 되는 때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책을 많이 읽어 자기 삶의 자양분을 섭취해 가면 좋겠다는 어른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다 같을 것입니다. 이런 마음들로 학급 문고나 권장 도서를 선정하고, 학교에서는 독서 퀴즈 대회나 독서 능력 인증제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이번 호 『열린어린이』의 ‘즐거운 책 읽기’에서는 ‘정신의 놀이가 되어야 할 책 읽기’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많은 좋은 책들이 우선은 즐거운 놀이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맞는 이 계절이 희망과 기쁨의 기운으로만 충만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열린어린이』 필자들 중에는 현재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여럿 계십니다. 이번 달 『열린어린이』를 편집하면서는 새 학기, 새 아이들을 맞으며 스산하고 막막한 심경을 쉬이 희망과 용기로 바꾸어가기 어려워 안타까워하는 선생님 마음이 담긴 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어른들이, 학교와 가정과 사회에서, 밴드나 영화나 미술, 아니면 놀이나 운동이나 간혹은 책으로라도 탈출해 보면 어떨까요.

글쓴이 편집인 조원경 | 2005년 0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