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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
[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
김향금 글, 김재홍 그림 | 열린어린이 | 2011년 04월 27일
우리 가족이 살아온 시간과 공간
최수연 | 독자평점 독자 평점 | 추천(1) | 2011-05-20
'그림책으로 만나는 지리 이야기' 시리즈 첫번째 그림책입니다.
개량 한옥의 지붕들이 다닥다닥, 저 멀리 도심 속 빌딩들이 또 다닥다닥,
그 속에 이어지는 골목골목이 펼쳐진 표지 그림이 정겹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리 가족'은
북동마을에 살던 아홉 살 연이(외할머니),
청계천 주변 동네에 살던 아홉 살 근희(엄마),
광진구 아파트에 사는 아홉살 나...이렇게 3대가 등장해요.

낮은 산에 둘러싸인, 실개천이 흐르는 작은 마을에 살던 외할머니의 동네 풍경에서는
아홉 살이 아닌 서른 네 살인 나에게도 먼 옛날 얘기인 것만 같은 아련한 향수가 묻어나네요.
새벽안개가 깔린 마을에 꼬끼오 하고 길게 빼는 닭 울음소리며
대숲에서 부는 바람 소리나 나물 캐고, 각시풀 뜯으며 노는 모습들이
자연과 가까이 하며 오순도순 살던 시절을 그려보게 합니다.

누구나 서울로 향하던 때, 근희는 청계천 근처 시장 언저리 동네로 이사를 갑니다.
부모님과 여섯 아이, 대학생 삼촌에, 가랑머리 여고생 고모, 더부살이하는 친척에
세 사는 가족들까지 오글오글...우리 엄마의 어렸을 적 기억에도
한 자리쯤 차지하고 있을 만한 서울살이가 이어집니다.
어린 시절 一 자형 홑겹 집에 살았던 외할머니와 달리
엄마는 ㅁ자형 개량 한옥에 살았지요.
이웃집과 맞대고 있는 지붕 밑에 함석 물받이를 대고,
대청마루는 있지만 유리문을 달고, 아궁이는 신식이어서 연탄을 때는...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20여년 간 전농동의 한 골목에 있던 외할머니 집이 생각나는 그림들을
찬찬히 보고, 글을 읽어나가며 문득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도 들고,
시끌벅적한 시장통에 서 있는 근희를 보니 한쪽 손에 자주색 낡은 손지갑을 들고 계신 외할머니의
다른쪽 손을 잡고 군것질에 행복하게 폭 빠져 있는 아홉 살 나도 보입니다.

어른이 된 뒤에 다시 찾은 어릴 적 그 동네.
모험까지는 아니어도 혼자 걷기엔 꽤 먼 길이었던
집과 학교 사이가 이렇게 가까웠다니,
'큰놀이터'라고 부르며 큰 맘 먹고 엄마 몰래 놀다 오던 곳이
이렇게 손바닥만한 데였다니, 싶게 마련이지요.
광진구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의 엄마도 흔적없이 사라진 옛집을 그리워하며
"분명 무지무지 멀었"던 거리가 고작 요거였나 하며 갸우뚱거립니다.

광진구 아파트 이야기는 이웃끼리 잘 알지 못 하는 게 당연하고,
마주친다 해도 겸연쩍은 인사를 나누는 정도로
그냥, 그렇게 요즘 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내가 살아본 적이 없다고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기도 하고, 저릿해지기도 했던
외할머니나 엄마가 살았던 동네 이야기와는 많이 다르지요.
이 그림책에서 차지하는 분량도...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가장 적어요.

지금 아파트에 살고 있고, 곧 태어날 우리 아기도 아파트에 살게 될 테니
어쩌면 우리 가족이 사는 동네 이야기는 참 할 말이 없다는 게 좀 쓸쓸하고, 씁쓸하네요.
그래도 우리 아파트는 산 밑에 있어서 공기도 좋고, 날씨가 맑아도,
눈이나 비가 와도 그날그날 풍경이 근사하고,
공원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게 아닌 '진짜' 새 소리도 들리고,
단독주택인 우리 아기의 외가(나의 친정)엔 나무도 많고, 강아지도 있고,
동네 고양이들도 놀러오고, '진짜' 새도 날아오니 그나마 다행인가요.

오랜만에 그림책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봤습니다.
아홉살 주인공들처럼 살았던 추억이 없다 하더라도
뭔가 그리워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지금도 옛집의 구석구석을 잊지 못한다는 김향금 작가의 말처럼
구석구석 기억하고 싶은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이 집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그리움에 빠져들게 될 것 같은 그림책입니다.
김재홍 그림작가의 그림들도 안개 냄새, 연기 냄새가 느껴지고,
시장통의 분주함이 실감나고, 그때 그 동네의 흔적, 그때 우리 가족의 흔적 등등
시대상을 생동감있게 잘 드러내면서도 따뜻합니다.

그리고 시리즈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리 이야기'로
세대별로 지나온 시대와 공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어
사회 과목을 배우는 아이들에게도 재미있는 공부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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