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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
[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
김향금 글, 김재홍 그림 | 열린어린이 | 2011년 04월 27일
우리 가족이 살아온, 사는, 살아갈 동네 이야기
씰론 | 독자평점 독자 평점 | 추천(0) | 2011-05-18
책을 읽기 전에 앞표지, 뒤표지, 날개, 저자소개 등을 살피며 관상을 본다.
뭐든 친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 책과 인사나누기 정도?

제목: 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
시리즈명: 그림책으로 만나는 지리 이야기
앞날개 소개글: 우리는 어떤 곳에서 살아왔을까? / 외할머니와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어떤 곳에서 살아왔는지, 지금과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변해 왔는지 알 수 있어요. / 3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아온 동네를 살펴봅니다.

중요 단어는 ‘가족’ ‘3대’- ‘동네’ ‘어떤 곳’ ‘지리’- ‘살아오다’- ‘변화’- ‘이야기’.
음음, 생김새가 대강은 그려진다. 이제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

우리 외할머니는 주름투성이,
태어날 때부터 쭉 할머니였을 것 같아.
우리 외할머니한테도 나만 했던 때가 있었을까?

꽤나 발칙한^^ 질문에 “있었고말고!” 대답하듯 등장하는 아홉 살 연이(외할머니)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라남도 장흥군 장동면 북교리, 자그마한 북동마을이 연이가 사는 곳이다. 이웃들은 가까운 피붙이에, 낮이나 밤이나 대문을 열어 두고 사는 마을. 책보를 메고 오 리나 걸어 도착한 국민학교에선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배우던. 가을 소풍 땐 찐 밤과 고구마, 봄 소풍엔 보리밥에 단무지. 학교 갔다 오면 학원을 가는 게 아니라, 엄마 대신 밥도 짓고 우물물도 길어 놓고. 동무들이랑 나물 캐러 쏘다니고 소꿉놀이도 하고. “넌 신랑, 난 각시” 하고 놀던 연이는 오일장에서 팥죽을 쏟은 이웃 마을 사내아이랑 혼인을 해 ‘북동댁’이 된다. 서른 살에는 정든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이제 아홉 살 근희(엄마) 이야기. 청계천 영미다리 건너, 중앙시장 언저리,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집에는 식구들이, 학교에는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반에 70명이 넘는 콩나물 교실!). 공중변소 시커먼 구멍 아래를 흐르던 청계천 물소리. 동네 친구들과 골목에서 하던 소꿉놀이, 고무줄놀이. 아버지가 일하던 중앙시장의 시끌벅적한 풍경과 영미다리 너머의 약장수 공연. 청계천 복개 공사로 인해 떠나온 동네.

그 다음은 아홉 살 은이(나) 차례. 사는 곳은 아차산과 광나루 사이에 빽빽이 들어찬 아파트 중에 하나. 12동 503호. 학교를 빙 둘러싼 아파트 단지. 조금만 나가면 대형 쇼핑몰과 할인점. 편리한 교통. 어느 날 옛날 살던 동네를 다녀온 엄마는 외할머니와 오래오래 통화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 모습은 지켜보던 은이의 말, “나도 이다음에 크면 우리 동네 이야기를 저렇게 오래오래 할까?”

이 책을 읽고 난 뒤 《윤미의 집》이라는 사진집이 떠올랐다. 딸이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들을 보며 한 가족이 함께 했던 시간의 흔적 외에도 6, 70년대 서울 중산층의 생활 변화를 볼 수 있어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점점 넓어지는 집과 풍족해지는 살림살이들 같은.

《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우선은 외할머니-엄마-손녀로 이어지는 삶과 기억들은 그 자체만으로 애틋하다(‘여자’들의 이야기는 항상 그렇다. 훌쩍). 감상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이야기들도 충분히 흥미롭다. 북동마을 -> 청계천 동네 -> 광장동에 이르기까지 공간 변화, 一자 형 홑겹집 -> ㅁ자 형 개량 한옥 -> 고층 아파트의 주택 변화, 생활양식과 사람 사이의 관계 변화는 시간과 공간(장소)에 따른 삶의 변화를 확연하게 보여 준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역시 언젠가는 ‘외할머니’ 시절의 이야기가 될 거라는 것, 앞으로도 우리의 생활은 끊임없이 변하리라는 사실, 우리들 모두가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선을 구성하는 작은 점들이며 그렇기 때문에 ‘옛날’이라고 생각하는 그때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 외할머니한테도 너만 했던 때가 있었고 마음은 아직도 소녀라는 것^^ 등등 느끼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 넓게는 역사와 공간 개념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보다 많은 걸 발견하면 좋겠다. 제때 만난 제대로 책 한 권이 어떻게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나는지는 다들 잘 알고 있으니까. 시리즈의 다음 책도 기대해 본다.

* ‘그림책’으로 만나는 지리 이야기 시리즈인 만큼, 빼놓으면 섭섭한 그림 얘기. 수십 년에 걸친 삼대의 이야기를 더욱 빛내주는 건 생생하고도 아름다운 그림이다. 물안개가 자욱한 북동마을 전경, 개울에서 멱 감으며 물놀이하는 아이들 모습,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청계천 동네, 너무나 사실적인^^ 공중변소 등 감성적이면서도 글에서 묘사한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한 그림은 ‘그림책’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잘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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