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 청소년문학

소나기

황순원 지음, 이경하 그림 | 가교
소나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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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12년 01월 11일 | 페이지 : 144쪽 | 크기 : 14.7 x 21.3cm
ISBN_13 : 978-89-77771918 | KDC : 810
독자 평점
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550 | 독자 서평(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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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소나기」를 비롯하여 유년기의 추억, 시대의 아픔 등이 오롯이 담긴 여덟 편의 작품들을 엮었습니다. 작품의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으려 방언이나 입말, 의성어와 의태어 등을 온전히 보존하였습니다. 우리 말의 숨결을 느끼며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하며 읽어도 좋겠지요.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감성이 살아있는 황순원의 단편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이 문장과 어우러져 읽는 이를 작품 속으로 조심스레 이끌어줍니다.
황순원
1915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나, 1939년 와세다 대학 영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숭실중학교 시절, 시「나의 꿈」을 『동광』에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그 뒤「별」「기러기」「황노인」「독 짓는 늙은이」등의 단편 소설을 발표하면서 치밀한 구성력과 함축성 있는 간결한 문체로 한국인의 한과 토속적인 문제에 대해 폭넓게 접근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표적인 단편 소설로「소나기」「목넘이마을의 개」「아버지」「곡예사」「송아지」등이 있습니다. 장편 소설로는 1940년 첫 창작집『늪』이 간행된 이후, 1955년『카인의 후예』로 아시아 자유문학상을 받았고, 1961년『나무들 비탈에 서다』로 예술원상을, 1966년『일월』로 3·1 문화상을 받았습니다. 2000년 9월 14일 영면하셨습니다.
이경하
197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판화를 공부했습니다. 몇 차례 작품 전시회를 열었고 지금은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리틀 리더스 클럽』『사이언스 과학동화』『논술 대비 주니어 한국 문학』『숨쉬는 그릇 옹기』『그리스 로마 신화』등이 있습니다.
황순원의 청소년문학 전 작품을 만난다
대표작인「소나기」를 비롯 총 8편의 작품 수록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 황순원의 청소년문학 전 작품을 수록한 『소나기』가 가교출판에서 출간되었다. ‘국민 단편소설’이라고 불릴 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소나기」를 비롯해 「산골 아이」 「몰이꾼」「닭제」등 총 8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서정적 이미지와 시적 감수성이 우리말의 숨결 속에 살아 숨 쉬는 황순원의 청소년문학을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소나기』에 수록된 작품들은 1940년대부터 1960년대 초반에 쓰인 비교적 초기작들로 유년기에서 성숙한 세계로 넘어가는 시련과 고통을 아름답게 그린 성장소설들이다. 시대 배경은 다르지만 지금 청소년들에게도 깊은 감동과 위안을 주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다. 동양화풍의 그윽한 그림이 황순원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과 만나 깊이를 더해준다. 각 작품 말미에는 단번에 이해하기 힘든 방언이나 순우리말에 대한 뜻풀이를 덧붙여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시에서 아름다운 소설을 길어 올리다
‘시적 소설’이라고 평가받는 황순원 문학

황순원은 1931년 《동광》에 시 「나의 꿈」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와 2000년 작고할 때까지 시 104편, 단편소설 104편, 중편소설 1편, 장편소설 7편을 선보이며 한국 현대문학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등단은 시로 했지만 스물세 살이던 1937년 동경에서 발행하던 《창작》에 첫 소설 「거리의 부사」를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소설 속에 더 넉넉한 시를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소설을 써 왔다.”는 황순원의 말처럼 그의 소설은 시처럼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절제되어 있어 ‘시적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황순원의 문학에 대해 “단순한 인정담이나 사상 표현으로만 흐르던 한국 소설을 절제 있는 문체와 구성력, 표현력 등을 통해 차원 높은 미학의 경지에 끌어올렸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단아하고 정갈한 문체로 인간의 심오한 내면을 드러냈으며 이를 통해 소설 작법의 가장 중요한 본보기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그 무엇보다도 내가 엄격했던 것은 내 작품에 대해서이다. 나 자신의 편안함이나 금전을 위해서 내 마음 속에 있는 독자에게 실망을 준 작품을 쓴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황순원은 철저하게 문학성만을 고집하며 매 작품마다 심혈을 기울였다. 또 “작가는 작품으로 말할 뿐”이라며 가급적 수필을 비롯한 일체의 ‘잡문’을 쓰지 않았을뿐더러 언론사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1996년 정부에서 은관문화훈장을 추서했으나 수여를 거절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그의 이러한 문학적 태도는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반세기가 지난 작품들임에도 여전히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깊은 울림을 준다.

소년들, 허물을 벗고 성장하다
통과 제의적인 8편의 성장소설

「산골 아이」는 황순원이 서른다섯 살이 되던 해인 1949년, 《민성》이라는 잡지에 발표한 작품이다. 옛이야기인 ‘여우 고개’와 ‘산막골 호랑이’ 이야기가 꿈으로 이어지며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소년을 그리고 있다. 잠에서 깬 아이는 자기 입에 든 도토리가 여우 구슬이 아닐까 두려워 얼른 뱉어내기도 하고, “바깥 수수깡 바자의 눈이 부스러져 떨어지는 소리”까지 무서워한다. 구수한 평안도 사투리가 깊은 산골의 겨울밤 풍경과 어우러져 이야기의 맛을 더해준다.

「매」는 1956년 발간된 단편집 『학』에 수록된 작품으로 언제든지 무서운 얼굴로 돌변할 수 있는 어른의 세계를 보여준다. 삼촌 돈을 훔쳐 서커스를 보러 간 소년. 서커스단의 소녀가 물구나무서기에 실패하자 어릿광대로 분장했던 ‘어른’에게 매를 맞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처럼 우스꽝을 잘 피워 구경꾼들을 웃기기만 하던 이 어릿광대 어디에 이런 무서운 얼굴이 깃들여 있었던가.” 깜짝 놀란 아이는 집으로 달려가 삼촌에게 돈을 훔쳤다고 고백하며 자기를 때려 달라고 말한다. 서커스단 휘장 안의 어른의 세계를 엿본 소년은 이제 더 이상 두려움 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순진한 아이가 아닌 것이다.

어른들의 잔혹한 세계는 「몰이꾼」에서도 발견된다. 1949년 《신천지》에 발표된 이 작품은 가난한 거리의 아이들이 어른들 때문에 어이없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거리의 아이들 셋이 청계천 하수구 속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 도둑이라고 단정 짓는 중년 신사. 신사의 호통에 두 명은 도망갔지만 한 아이는 하수구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시간이 흐르자 정작 중년 신사는 떠나고 구경꾼 중 한 청년이 아이의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하수도 물을 틀어놓게 하는데……. 그저 무엇인가를 줍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아이는 결국 죽어서 “한갓 검부러기 모양” 떠내려 오고 만다.

「골목 안 아이」는 1952년 발간된 단편집 『곡예사』에 수록된 작품으로 길을 잃은 새끼 고양이를 주어다 기르는 한 아이가 겪는 마음의 변화를 보여준다. 고양이에 대한 애정 때문에 개구리와 참새를 잡아 먹이로 주지만 아이의 마음 한구석에는 생명에 대한 죄책감이 자란다. 결국 개구리와 참새 떼에게 공격당하는 꿈을 꾸는데……. 단순히 어린아이와 동물 사이의 애정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송아지」와 「닭제」도 동물과의 우정을 통해 성장해가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송아지」는 1952년 《사상계》에 발표된 작품으로 6·25 동란으로 헤어지게 된 송아지와 소년의 목숨을 건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닭제」는 1940년 발간된 『황순원 단편집』(이후 『늪』으로 개판됨)에 수록된 작품으로 정 든 수탉을 죽인 뒤 죄책감에 시달리며 시름시름 앓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소년은 기르던 수탉이 뱀이 되어 제비 새끼를 죽일 거라는 동네 어른의 이야기를 듣고 수탉을 죽이게 되는데……. 수탉의 죽음에서 제비의 비상에 이르는 과정은 소년이 자신의 유년기를 마감하는 제의적 죽음을 거쳐 성숙한 세계로 접어드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동물이 매개체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소나기」 또한 ‘소녀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소년의 통과 제의적 성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1953년 《신문학》에 발표된 작품으로 때 묻지 않은 소년과 소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달과 발과」는 1964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작품이다. 허물을 벗고 이제 막 어른의 문턱에 들어선 새끼 게는 어느 날 자신이 다른 생물과 달리 옆으로 기어 다닌다는 사실을 깨닫고 창피함을 느낀다. 아무 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이 끝나고 이제 막 자신에 대한 성찰이 시작된 것이다. 새끼 게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는데……. 명랑하고 행복하기만 했던 새끼 게가 시련을 겪으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깨달아가는 성장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산골 아이

골목 안 아이
송아지
몰이꾼
닭제(祭)
달과 발과
소나기

작가 연보
소녀는 소년이 개울둑에 앉아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날쌔게 물만 움켜 낸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이다. 그래도 재미있는 양, 자꾸 물만 움킨다. 어제처럼 개울을 건너는 사람이 있어야 길을 비킬 모양이다.
그러다가 소녀가 물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낸다. 하얀 조약돌이었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다 건너가더니만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이제 저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그런데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발돋움을 했다.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저똑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 옴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기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내려다보았다. 물기가 걷혀 있었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본문 122~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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