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아동문고 259

오늘의 날씨는

이현 연작동화집, 김홍모 그림 | 창비
오늘의 날씨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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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10년 10월 20일 | 페이지 : 204쪽 | 크기 : 15.3 x 22.5cm
ISBN_13 : 978-89-364-4259-0 | KDC : 813.8
독자 평점
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550 | 독자 서평(1)
교과관련
5학년 국어 1학기 06월 8. 함께하는 세상
6학년 국어 2학기 09월 2. 정보의 해석
수상&선정
열린어린이 2010 겨울 방학 권장 도서
도시 변두리 동네에 사는 네 아이의 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주는 책입니다. 동희, 종호, 영은, 정은이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한 편씩 끌어가는 구성으로, 가을부터 다음해 여름까지 사계절 동안 일어나는 일들이 예측 불허인 ‘날씨’에 빗대어 그려집니다. 저마다의 상처와 결핍을 안고 모여든 사람들은 서로 마음을 나누며 한 식구처럼 살아갑니다. 특별할 것 없지만 소중한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재개발 바람이 불고, 동네 사람들은 흔들리는 삶의 기반에서 온몸으로 그 진동을 느낍니다. 우리네 삶의 여러 단면을 고스란히 담은 글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줍니다.

☞ 웹진 『열린어린이』 관련 기사 보기
이현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나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단편소설 「기차, 언제나 빛을 향해 경적을 울리다」로 제13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했고, 동화집 『짜장면 불어요!』로 제1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 부문에서 공동 대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장수 만세!』『로봇의 별』『우리들의 스캔들』『영두의 우연한 현실』『얘들아, 정말 작가가 되고 싶니?』『어린이는 어린이다』『귀신 백과사전』『오늘의 날씨는』 등이 있습니다.

☞ 작가론 보기
김홍모
홍익대학교 동양화가를 다녔습니다. 만화가이자 일러스트 작가이기도 합니다. 인간미 있는 따뜻한 화풍으로 사회의식을 담은 작품을 많이 그렸습니다. 작품으로는 『나의 지구를 지켜 줘-태권브이편』『보물섬을 찾아라』『대한민국 아버지』『변산바다 쭈꾸미통신』『소년탐구생활』『항쟁군』『구두 발자국』 등이 있습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방은 날씨가 좋기로 유명하다. 일 년 내내 흐린 날이 거의 없고 비도 별로 오지 않는단다. 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고 여름에는 덥지만 쾌청하다고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캘리포니아의 늘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를 무척 자랑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곳에서는 별로 살고 싶지 않다. 일 년 내내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다녀야 할 테고, 비슷한 풍...
- 이현
『짜장면 불어요!』『로봇의 별』 작가 이현의 신작!
― 만만찮은 세상이기에 오히려 당당하게 살아가는 네 아이의 짜릿한 성장으로 가득한 연작동화집

이 책은 『짜장면 불어요!』로 제1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 부문에서 공동 대상을 받은 인기작가 이현의 신작이다. 청소년소설 『우리들의 스캔들』과 본격 SF동화 『로봇의 별』 등, 분야를 넘나들며 2천년대 우리 아동청소년문학계의 굵직한 성과를 이뤄온 이현은 냉철한 현실인식과 남다른 상상력, 거침없는 서사, 다채로운 형식, 유쾌한 입담으로 독자의 사랑을 한껏 받아왔다. 이 작품 또한 이현 작가의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연작동화집’으로, 오늘날 우리네 삶의 여러 단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 도시 변두리 동네의 네 아이가 저마다의 시점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네 편이 하나로 엮이는 독특한 작품이다. 해체 위기의 마을에서 복잡다단한 현실을 당당하게 끌어안고 또 맞서면서 성장해가는 네 아이의 이야기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사계절 동안 네 아이가 겪은 네 가지 이야기

연작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모두 네 편으로, 5~6학년 또래인 네 아이(동희, 종호, 영은, 정아)가 각 편의 주인공이자 화자다. 가을부터 다음해 여름까지 사계절 동안 이들이 겪은 일이 개별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엮이며 이어진다. 모두 각각의 ‘오늘’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과거부터 오늘까지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삽입되는데, 이러한 독특한 형식 덕분에 사건의 전말을 꿰맞춰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품 전체의 공간 배경은 도시 변두리의 오래된 동네다. 저마다의 상처와 결핍을 안고 모여든 주민들은 골목에 놓인 평상에 모여앉아 일상을 나누며 한 식구처럼 살아간다. 요즘 도시에선 사라져가는 동네인데, 이곳에도 여지없이 재개발 바람이 불어 삶의 기반을 뒤흔든다. 그 안에서 같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네 아이의 삶이 아릿하게 그려지는바, 예측 불허인 ‘날씨’에 빗대어진 이들의 성장은 그만큼 변화무쌍하기에 짜릿하고 단단하다.

날씨만큼 다양한 사회현실이 녹아든, 진짜 ‘내 이야기’

이 작품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가 우리 시대 어린이의 현실에 주목하고 사회적 약자 편에서 세상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계층간 갈등 심화, 부동산 개발 광풍, 외국인 노동자 차별 같은 문제는 엄연히 어린이들도 학교사회 안에서, 아이들끼리의 관계 안에서 온몸으로 겪는 사회현실이다. 이 작품의 네 주인공한테도 마찬가지다. 동희는 같은 반 아이의 명품 시계를 실수로 잃어버렸다가 도둑 취급을 받고, 종호는 이웃인 외국인 노동자 형을 좋아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며, 영은이는 교실 속 권력관계에서 밀릴까봐 고급 아파트에서 살 것만을 고집하고, 정아는 재개발 때문에 갈라진 주민들 속에서 이별의 아픔을 겪는다.
독자가 ‘나’를 대입할 수 있는 이런 이야기들 속에서 네 주인공 모두 끝내는 자기 성장을 이루어간다. 갈등의 억지스런 화해나 봉합이 아닌, 있는 현실을 그대로 떠안는 아이들 본연의 힘에서 비롯하는 성장이기에 이 또한 ‘현실적’이다. 아픈 현실이라 더 훌쩍 성취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린이 독자들은 충분히 위로받고 그 활기에 전염될 것이다.

거침없고 익살맞은 입담으로 웃고 우는 이야기적 재미와 감동

아픈 현실을 다룬 작품이라 해서 무겁고 칙칙하리라 예상하면 금물이다. 이현 작가 특유의 거침없고 익살맞은 입담, 빠르면서도 진한 여운을 남기는 문체는 이 작품의 크나큰 장점이다. 이는 우리 현실주의 문학의 전통인 ‘건강한 서민성’과 이어지는 특징으로,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의 통통 튀는 대사와 생기발랄한 생활상이 작품을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로 떠받친다. 부족한 이웃끼리 서로 한껏 껴안는 공동체적 정서를 지닌 사람들이면서도 소시민다운 욕망과 고정관념을 지닌 현실적인 인물들의 재미난 대화를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재미있으며, 이들의 빡빡하고 굴곡진 삶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어울림과 조화의 힘과 정서를 발견해갈 수 있다.

[줄거리]
서울 어딘가의 산 아래에 있는 오래되고 허름한 동네. 동네 뒤로 고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재개발 바람이 불어온다. 이웃끼리 끈끈하게 정 붙이고 의지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그려지는 가운데, 이 동네에 사는 세 아이와 아파트에 사는 한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 네 편이 독립적으로 펼쳐진다.

<햇빛 쏟아지는 날>
5학년 동희는 같은 반 아이의 명품 시계를 빌려 차보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잃어버린다. 계획적으로 훔친 거라며 의심을 받아 억울하기만 한 동희. 진심으로 대했던 친구한테서 도둑 취급을 받으며 동희는 아릿한 성장통을 느낀다.

<모두가 하얀 날>
불법체류하는 방글라데시인 노동자 키론과 한집에 사는 6학년 종호. 키론은 정 많고 넉살이 좋아 인기 만점이지만 실직자인 종호 아빠한테는 직장이 있는 그가 눈엣가시다. 어느 날 키론을 잡으러 단속반이 들이닥치고, 종호는 아빠가 신고를 한 걸까 두려워 안절부절못하는데……

<계절이 바뀔 때>
동희와, 동희 맞은편 집 정아와 같은 반인 영은이. 학급 회장인 영은이는 맹장염에 걸린 동희한테 선생님의 지시로 병문안을 간다.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았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고집하지만 미래가 불투명해진 영은이는 동희 집과 그 동네에서 그곳만의 묘한 기운을 느껴가는데……

<비 온 뒤 갬>
어려서부터 동희의 오빠를 좋아하는 정아. 재개발 때문에 동희네가 이사를 가려 하자 정아는 마음이 찢어진다. 동희네는 집주인이라 떠날 수 있지만 정아네와 나머지 이웃들은 세입자라 떠나기 어려운 처지. 해체 위기에 놓인 마을에서 정아도 끝내 아픈 이별을 준비한다.
햇빛 쏟아지는 날
모두가 하얀 날
계절이 바뀔 때
비 온 뒤 갬

지은이의 말
나는 엉엉 울음소리를 높였다. 아예 바닥에 퍼질러 앉아 목놓아 울었다.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신기한 맷돌처럼, 눈물이 끝도 없이 흘러나왔다.
“종호야, 이놈아. 그래, 서럽다. 아비도 서럽다. 아비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지 벌써 반백 년이 되어 가는데, 어째 맘 편히 발 뻗을 방 한 칸이 없냐. 남은 거라고는 구멍 난 주머니하고 병든 몸뿐이다. 오죽하면 이 나이에 통영까지 내려가서 군대 고참한테 신세 질 생각을 하겠냐. 너도 느닷없이 경상도 사내놈들 틈에서 어찌 사냐. 아이고, 인생이 참 오지다, 응? 너나 나나 인생이 참 오지고 서럽다.”
눈물이 어룽거려 그런가, 아빠 얼굴이 십 년은 더 늙어 뵌다. 잠시 잦아들던 울음이 또 기세를 올린다. 나는 무릎을 세우고 얼굴을 묻은 채 꺼억 꺼억 소리 높여 울어 댔다.
그런데 이상하다. 하도 울어서 온몸이 후끈거리는데, 어쩐 일인지 목덜미가 선뜻선뜻하다.
“종호야, 눈이다. 너 좋아하는 눈 온다.”
아빠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번쩍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묵직한 구름이 버티다 못해 입을 열었다. 하얀 눈송이가 숨가쁘게 내달린다. 이러다 곧 함박눈이 되겠다. 방글라데시도 한국도 아닌, 서울도 통영도 아닌, 그저 하얀 눈 세상이 되겠다. 오늘은 모두가 하얀 날이다. 도망치는 걸음도 하얀 눈에 묻혀 감쪽같겠다.
(본문 104~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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