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그림책 29

백두산 이야기

류재수 글·그림 | 보림
백두산 이야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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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09년 08월 18일 | 페이지 : 64쪽 | 크기 : 31 x 25.7cm
ISBN_13 : 978-89-433-0776-9 | KDC : 813.8
독자 평점
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950 | 독자 서평(2)
교과관련
1학년 국어 2학기 12월 7. 상상의 날개를 펴고
2학년 국어 1학기 07월 8. 재미가 새록새록
아주 먼 옛날, 세상이 처음 생겨날 때로 가 봅니다. 하늘과 땅은 맞붙었고 어두운 기운의 소용돌이만이 세상에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틈이 벌어지고 맑고 가벼운 기운은 올라가 하늘이 되고, 탁하고 무거운 기운은 내려가 땅이 됩니다. 이 때 하늘에는 해가 둘이 생기고, 달도 둘이 생겼습니다. 온갖 식물과 동물이 생겨나고 조선이라는 나라도 생겨납니다. 지금의 만주 벌판도 그 때는 다 조선 땅이었고, 그들은 착하고 씩씩했지요.

조선인들을 도운 백두거인을 미워한 포악한 흑룡거인이 이웃 세력을 부추겨 이 땅을 짓밟습니다. 이를 본 따님왕은 백두거인을 불러 지상으로 내려가 흑룡거인을 물리치고 어진 백성을 구할 것을 명합니다. 그리고 영원히 함께 하며 그들을 보살피라고 합니다. 백 일이나 계속된 싸움 끝에 흑룡거인을 물리친 백두거인은 언젠가 재앙이 올 때 다시 깨어날 것을 말하며 벌판에 소리 없이 누워 깊은 잠에 들어 갔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백두거인은 거대한 산으로 변해 갔습니다. 사람들은 이 산을 백두산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뒤 몇 년째 비가 오지 않는 가뭄이 오자 사람들은 백두산을 향해 기우제를 올렸고, 이에 답해 백두산은 시뻘건 불길을 내뿜어 검은 연기로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이내 먹구름이 세찬 비를 퍼붓고 그 산 위에 천지가 생겨나 사방으로 강물이 흘러 넘쳤습니다. 어느 새 사람들의 가슴에는 백두산의 기운이 깃들었고, 다시 나라에 재앙이 닥쳐 왔을 때 저 백두산이 다시 깨어나리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러나 백두산이 언제 깨어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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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에 출간되어 ‘우리 나라 신화집이자 화집’ 이라는 평을 받은 그림책을 새롭게 다듬어 펴내었습니다. 우리의 정신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백두산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아주 먼 옛날 세상이 처음 생겨날 즈음 이 땅에도 조선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 생겨났습니다. 조선인은 부강한 나라를 꿈꾸며 평화롭고 씩씩하게 살고 있었지요. 그러나 착하게 살고 있는 조선인들은 흑룡거인의 횡포로 큰 위기를 겪게 됩니다. 이 때 조선인을 돕기 위해 일어선 백두거인이 있었습니다. 백두거인의 용맹으로 마침내 조선인은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되지요. 커다란 백두거인이 땅 위에 편안히 누워 있다 산이 된 것이 바로 백두산이라고 합니다.

우리 민족 건국 신화 속의 백두산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어린이에게 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높은 기상을 전해 줄 것입니다. 백두산의 웅장함과 역사의 장대함, 그리고 강렬하면서도 절제되어 있는 그림은 이 책을 더욱 의미있게 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류재수
195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해송’이라는 탁아운동단체에 동참하면서 우리 어린이 문화와 현실에 눈을 떴습니다. 미술 교사 시절에는 대안 미술 교육으로서 ‘내가 만든 그림책’ 운동을 5년간 벌였습니다. 지금은 서울시립대학원에서 그림책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남북문화통합교육원’과 ‘어린이 어깨동무’의 일원으로서 남북 어린이 문화 교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사할린, 중앙아시아 등에 살고 있는 동포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987년에 첫 작품 「턱 빠진 탈」로 일본 노마국제그림책 원화공모전에서 은상(3위)을 받았고, 대한출판문화협회 선정 어린이도서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4년 남짓 동안 쓰고 그린 『백두산 이야기』(1988)는 한국 창작 그림책의 한 출구를 열었다는 평을 받기도 합니다. 『백두산 이야기』는 『산이 된 거인』(1990)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도 출판되었는데, 일본의 한 극단이 무대극으로 꾸며 2년간 전국 순회 공연을 할 만큼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노란 우산』은‘뉴욕타임스 올해의 우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자장자장 엄마 품에』에 그림을 그렸고,『돌이와 장수매』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논문으로는‘우리나라 그림책의 현황 및 근본문제’가 있습니다.
삶을 너무나 정면으로 응시하기에 뜨거운 그림책
소리가 들리고 에너지가 느껴지는 그림이기에 강렬한 그림책

새롭게 다듬은 『백두산 이야기』가 우리의 가슴을, 시각을 자극합니다


1988년 출간되면서 국내 창작 그림책의 새 지평을 열었던 『백두산 이야기』가 꼭 20년 만에 원화에 더욱 가까운 느낌으로 재현되고 새롭게 다듬어졌습니다. 지금도 여느 그림책에서는 쉽사리 느낄 수 없는 그 가슴 뜨거움과 시각적 자극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백두산 이야기』는 백두산의 탄생 설화를 모티브로 우리 민족의 삶과 정체성을 담은 장대한 스케일의 창작그림책입니다.
이 책에는 흔히 말하는 ‘귀여운 구석’이 없습니다. 귀여운 캐릭터도, 즐거운 이야기도 없습니다. 오직 ‘삶’이, 고난과 시련이 있어도 삶에 가치를 두고 순리에 맞게 사는 이야기가 있을 뿐입니다. 사는 것, 살아 있는 것 말입니다. 작가는 ‘삶’의 모습과 의미를 눈여겨보고 그것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에둘러대거나 왜곡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든 어른이든 보는 이로 하여금 나름 쌓아왔던, 견고하지 못한 혹은 나약한 감성과 정체성의 벽을 두드려 깨트리게 합니다. 그리고 보편적인 감성과 사고를 이끌어 내어 우리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버립니다.
책을 펼치면 검붉은 첫 장면이 나옵니다. 누가 봐도 어두운 기운만이 감도는 태초의 모습 같습니다. 이어서 등장하는 태양을 움켜쥔 거인의 손, 태양을 활로 쏜 거인, 대지를 짓밟는 거인의 발, 공포와 절망에 빠진 백성, 산으로 변해 가는 거인, 그리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백두산 분출 장면 등등, 내용만으로는 쉽사리 이미지로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그림은 명확하고 적합하게 표현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뇌리에 남을 만큼 강렬합니다. 단순히 보여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리가 들리고 에너지가 느껴지는 그림을 통해 시각적 자극의 즐거움을 가득 줍니다.
장대하면서 막힘없는 이야기에 강렬함을 넘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그림으로 꾸며진 이 책은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얻기 힘든 그림책 체험이라는 부분만으로도 여느 그림책과 그 결이 다릅니다.

태초의 혼돈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커다란 틈이 벌어지더니 하늘과 땅이 생기고 해와 달이 두 개씩 생깁니다. 새로운 세상에 생명이 탄생하고, 사람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뜻을 모은 사람들은 너른 만주벌판 조선 땅에 나라를 세웁니다. 하지만 해와 달이 둘씩이라 낮은 너무 뜨겁고, 밤은 너무 추웠습니다. 사람들은 해와 달을 하나씩 없애 달라고 하늘에 바랍니다. 이에 세상을 다스리는 천지왕은 흑두거인에게 기회를 주지만 실패하고, 다시 부른 백두거인은 거대한 활로 화살을 쏘아 해와 달을 하나씩 바다 속으로 떨어뜨립니다. 비로소 세상은 살기 좋아졌지만, 흑두거인은 백두거인을 시기하게 되고 조선을 침략합니다. 조선을 침략한 흑두거인과 조선을 지키려는 백두거인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합니다. 흑두거인과 백두거인은 각각 흑룡과 백호로 둔갑하여 백 일이나 싸우더니 결국 독수리로 변해 도망가는 흑두거인을 학으로 변한 백두거인이 쫓아 날카로운 부리로 가슴을 꿰뚫으면서 싸움은 끝이 납니다. 오랜 싸움에서 지친 백두거인은 조선 백성들에게 영원히 지켜주겠다고, 다시 재앙이 닥치면 깨어나겠다는 말을 남기고 누워 깊은 잠에 들어갑니다. 잠이 든 백두거인은 서서히 산으로 변해갑니다. 사람들은 이 산을 ‘백두산’이라 불렀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평화롭던 조선에 가뭄이라는 재앙이 또 다시 닥쳤습니다. 모두가 굶주리고 짐승들이 죽어가자 사람들은 다시 백두산을 향해 빌었고, 이에 백두산은 엄청난 에너지를 뿜으며 비구름을 불러 단비를 내리게 합니다. 이때 산꼭대기에 생긴 호수, 천지에서 넘쳐난 물은 강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지며 더 이상 조선 백성들이 가뭄 걱정을 하지 않게 됩니다.
사람들은 ‘백두산’에 대해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갖게 되며 이야기는 마무리가 됩니다.

『백두산 이야기』에 담긴 보편적 감성과 고유의 정체성

결말 부분, 백두산에 대한 잊지 못할 ‘기억’은 오늘날 우리가 백두산을 어떠한 ‘상징체’로서 인식하게 된 시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백두산이 우리 민족에게 주어 왔던 ‘삶의 의미’를 새롭게 구현하려 했으며, 그 방식으로 보편타당한 인간의 삶을 담아내기에 적합한 신화적 구성을 꾀했습니다. 그리고 ‘민주’의 바탕 위에서 창출된 새로운 신화적 이야기를 너무나도 알맞게, 그럼으로써 강렬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표현했습니다. 이 책은 갈등과 대립, 혼란과 부조화가 팽배한 현실, 그 안에서 함께 숨 쉬는 우리에게 어떤 이데올로기도 초월해서 보편적 인간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것, 바로 ‘삶의 가치’, ‘살아가는 것’을 올곧이 담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더불어 우리가 우리로서 살아온 배경을 알고, 참다운 우리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줍니다.

1989년, 국내 창작그림책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이 책은, 전집류에 부속물처럼 여겨지던 1980년대 말 국내 그림책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국내 출간 이듬해인 1990년, 일본의 권위 있는 출판사 후쿠인칸-쇼텐에서 일역 출판됨과 동시에 무대극으로 꾸며져 일본 내 순회공연이 되었고 지금까지 출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와 일본의 그림책 시장 상황과 수준, 그리고 인식 차이를 생각하면 실로 대단한 일입니다. 이 작품을 떠나 작가 류재수에 점착해 살펴보면 1987년 당시, 국내에 정보가 많이 없던 일본의 그림책 상 ‘노마 그림책 원화전’에서 동상을 수상했고, 지금은 국내 출판계가 너무나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레이션전에서 1990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션’에 이미 선정된 바 있습니다. 이 책은 이처럼 세계 그림책 시장의 흐름조차 국내에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에 세계 유수의 여러 그림책 원화전에서 그 역량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작가의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그림

이 책의 표현들은 귀엽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피하고 싶을 만큼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삶의 모습을 정면으로 강하게 보여 줍니다. 지금도 귀여움을 내세우는 그림책이 넘치는 상황임을 생각하면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렬한 표현에만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은 내용뿐만 아니라 표현에 있어서도 우리 식의 표현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반영이 있습니다. 고구려 벽화의 무사가 연상되는 장면, 탈춤과 농악대가 묘사된 장면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그 장면에서 느끼는 친근함과 공감대는 강렬함을 넘어 아름다움으로 이어집니다. 귀여움은 없지만, 강렬하고 아름다움이 충만한 그림은 고흐나 고갱과 같은 표현파 화가들과 맥락이 닿고 있습니다.
까마득히 먼 옛날, 세상이 처음 생겨날 때에는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어두운 기운의 소용돌이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틈이 벌어지더니
맑고 가벼운 기운은 올라가 하늘이 되고,
탁하고 무거운 기운은 내려와 땅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천황닭이 꼬리를 치며 힘껏 울자
동쪽 하늘에서 먼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하늘에 해와 달이 둘씩 생기면서
세상은 활짝 밝아지게 되었습니다.
별들은 밤하늘을 총총 수놓았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청이슬과 땅 밑에서 솟아나는 흑이슬이
한 덩어리가 되면서 세상에는 온갖 짐승이 생겨났습니다.
꽃과 나무도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본문 6~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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