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문고 30

책과 노니는 집

이영서 글,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책과 노니는 집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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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09년 01월 09일 | 페이지 : 192쪽 | 크기 : 15.3 x 22cm
ISBN_13 : 978-89-546-0734-6 | KDC : 813.8
독자 평점
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1761 | 독자 서평(0)
교과관련
5학년 국어 1학기 06월 7. 상상의 날개
5학년 국어 1학기 03월 1. 문학의 즐거움
6학년 국어 1학기 03월 1. 상상의 세계
6학년 국어 2학기 09월 1. 문학과 삶
수상&선정
열린어린이 2009 여름 방학 권장 도서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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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를 살아간 필사쟁이의 삶이 가슴을 따듯하게 적시는 역사 동화입니다. 책방 심부름꾼이던 장이가 ‘책과 노닐며’ 진정한 필사쟁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천주교를 탄압하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험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의 직분을 다한 필사쟁이의 하루하루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어린 장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고요하면서도 세밀하게 그렸습니다. 당시를 있는 그대로 투영하여 예스럽게 표현한 그림도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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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서
1972년 태어났습니다. 건국대학교 대학원 동화미디어창작과에서 공부하였습니다. 쓴 책으로는 『말썽쟁이 티노를 공개 수배합니다』『책과 노니는 집』이 있습니다.
김동성
1970년에 부산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린 책으로『삼촌과 함께 자전거 여행』『안내견 탄실이』『북치는 곰과 이주홍 동화나라』『비나리 달이네 집』『하늘길』『메아리』『엄마 마중』『빛나는 어린이 문학』시리즈가 있습니다. 『엄마 마중』으로 한국백상문화출판문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간밤에는 무슨 이야기를 쓰셨어요?”
“우리에겐 밥이 될 이야기, 누군가에겐 동무가 될 이야기,
그리고 또 나중에 우리 부자에게 손바닥만 한 책방을 열어 줄 이야기를 썼지.”


역사동화의 진수를 보여 주다!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책과 노니는 집』은 “역사물의 교훈주의를 깨끗하게 뛰어넘어 본격적인 역사동화의 장을 열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조선 시대 천주교 탄압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필사쟁이의 삶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이데올로기, 지식계층과 일반 백성들의 생활사 및 문제의식 등을 내밀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보통 역사동화들은 어린이 독자를 위한 문학성 향상보다는 업적이 돋보이는 주인공을 내세워 학습적 효과와 연결 지으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책과 노니는 집』은 안일한 구성과 상투적인 이야기 전개를 벗어 던진 독창적인 역사동화이다. 무엇보다 주인공 ‘문장’의 어린 시절을 통해 어린아이의 시각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있는 점이 그렇다. 한 아이의 눈으로 혼란에 휩싸인 시대상을 잔잔하지만 정밀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은, 작가의 역사적 안목과 작가적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의미한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장이를 보며, 오늘을 사는 어린이들이 보다 깊고 따듯한 마음으로 우리 사회와 역사에 눈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천주교 탄압, 그리고 필사쟁이의 굴곡 많은 삶

조선 시대에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가 서학(천주학) 금단이다. 서학은 명나라에서 들여온 『천주실의』라는 책이 전파되면서 나중에는 신앙으로까지 받아들여졌으며 상민, 부녀자, 기생, 양반 등 신분에 상관없이 퍼져 나갔다. 서학에서는 세상 모든 사람의 평등을 주장하고 제사 의식 등을 금지하며 기존 성리학 중심의 사회를 부정했다. 이때 나라에서는 서학, 천주교를 쫓는 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잘못된 문화를 전파하는 거라 여겨 가혹한 탄압을 일삼게 되었다.
『책과 노니는 집』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장이의 아버지는 필사쟁이로, 밤낮 가리지 않고 언문(한글) 이야기책을 비롯해 수많은 한자 책을 베껴 쓰며 생활을 이어 나간다. 그런데 어느 날, 천주학 책을 필사했다는 이유로 천주학쟁이라는 오명을 쓰고 관아에 끌려간다. 천주학 책을 사간 사람들에 대한 신의를 끝까지 지키며 장이의 아버지는 장독이 오를 만큼 매를 맞고 나와 산송장처럼 누워 사경을 헤맨다. 이처럼 아버지와 장이에게 ‘필사’라는 일은 꿈과 시련을 동시에 안겨 주는 것이다. 손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밤새 필사를 하며 꿈을 잃지 않았던 아버지. 한순간에 불어 닥친 태풍 앞에서 가진 것 없는 장이네 부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책방 심부름꾼 장이, 세상 밖에 발을 내딛다

장이는 책방 주인 최 서쾌의 말에 따라 책방 심부름꾼 생활을 시작한다. 새로 들어온 이야기책을 정리하고, 주문 받은 책들을 배달하며 장이는 바쁜 나날을 보낸다. 외롭고 고된 생활 속에서도 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보며 영특하고 의젓하게 성장해 나간다.
장이는 최 서쾌의 심부름으로 홍 교리를 찾아가게 된다. 홍 교리는 조선에서 알아주는 수재로 일찍이 높은 벼슬을 받은, 장이 같은 사람이 쉽게 만날 수 없는 대단한 사람인 것이다. 홍 교리의 서고를 찾아 사랑으로 간 장이는 ‘책과 노니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서유당’이라는 현판에 마음을 빼앗긴다. 소문난 장서가이자 애서가인 홍 교리는 듣던 대로 책에 대한 애정이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그런 홍 교리와의 만남은 장이에게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던 어느 날, 천주교 탄압이라는 태풍이 또다시 불어 닥친다. 그 순간 장이의 머릿속에는 자신을 인정하고 다독여 준 홍 교리와 얄밉지만 자꾸 생각나는 기생집 ‘도리원’의 낙심이가 떠오른다. 몸을 피하라는 최 서쾌의 말을 뒤로 하고 장이는 이끌리듯 어딘가로 향하는데…….


탄탄한 이야기 구조, 살아 있는 캐릭터,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탄탄한 구성력을 발휘해 깔끔한 문장과 세련된 묘사로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인공 장이의 캐릭터를 비롯해 인물 하나하나의 특성이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빛내 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김동성의 그림이다. 한국적 정서가 진하게 묻어나는 그림이 어우러지면서 글의 깊은 맛이 더해진다.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멋이 담긴 김동성의 그림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시대, 그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힘이 존재한다.
이처럼 『책과 노니는 집』은 최고의 글과 그림으로 공들여 빚은 전혀 새로운 역사동화이다. 2009년 새해, 『책과 노니는 집』과 함께하며 ‘책’의 의미와 깊이를 음미해 보면 더욱 값진 책읽기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1. 서녘 서(西)
2. 복숭아꽃 오얏꽃 핀 동산
3. 회화나무 위의 그림자
4. 서유당(書遊堂)
5. 아름다운 피리, 미적
6. 동녘 동(東)
7. 믿은 죄
8. 담장에 기댄 그림자
9. 쓸모 많은 고자질쟁이
10. 필사쟁이, 장이
11. 마음 시중
12. 봄밤의 이야기 연회
13. 해 기우는 서쪽 창
14. 낙심이
15. 책과 노니는 집

심사평 : 새로운 역사동화의 장을 열다
‘새로운 역사동화의 장을 열다’
대개 문제적인 역사 시기를 다룰 때 작가는 그 시대 문제를 더 전면으로 드러내고 싶은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리기 마련이고 일정 정도는 그 유혹에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작가는 그러한 유혹에서 냉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벗어나 있다. 장이라는 어린아이가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정확하게 그 시대 삶을 그리고 있다. 상당한 문학적 훈련의 결과라 여...
- 김진경(동화작가)

“네 이름을 써 보거라.”
장이가 붓을 쥔 손을 세웠다. 하얀 종이 위에 단정한 두 글자가 쓰였다.
“‘문장’이라……. 성이 ‘문’가였느냐?”
“예.”
“‘장’ 자는 어찌 쓰느냐?”
“‘장인 장’을 씁니다.”

“글쟁이……, 아버지가 진즉에 네 길을 정해 두었구나.”
장이 이름에 이렇듯 의미를 담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세로 획이 흔들리는구나. 이응 자는 모양에 따라 글쓴이의 성격까지 보여 준단다.”
장이는 언문 필사를 연습한 적이 없었다. 그보다 어려운 한자를 쓸 수 있으니 언문쯤은 따로 연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홍 교리가 서랍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광문자전』이다. 한문으로 쓴 것을 내가 언문으로 옮겼지. 거지 광문의 이야기인데, 언문으로 쓰는 것이 더 이로울 듯싶더구나. 양반들은 거지 이야기에는 별 흥미가 없으니 말이다. 언문을 아는 일반 백성들은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베껴 쓸 수 있겠느냐?”
아버지도 아주 어려서부터 필사를 했다고 말했다. 스님에게 글을 배운 터라 주로 불경을 베꼈노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하면 되겠습니까?”
“천천히 하거라. 필사쟁이로 처음 받은 일인데 서두를 것 없다. 다 쓰면 가져오너라.”
“예.”
장이는 필사쟁이란 말을 혀 끝에 놓고 오랫동안 굴렸다. 책방 심부름꾼 장이가 드디어 필사쟁이가 된 것이다. 아버지처럼 글을 베껴 밥도 얻고 옷도 해 입을 날이 온 것이다. 홍 교리의 서고를 나가면서 장이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음이 들떠 자꾸 입 꼬리가 올라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실없이 웃는 장이를 힐긋힐긋 바라보았다. 장이는 행복했다. 아버지와 살 때만큼 행복했다.
(본문 126~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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