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06

가을이네 장 담그기

이규희 글, 신민재 그림 | 책읽는곰
가을이네 장 담그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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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08년 12월 01일 | 페이지 : 32쪽 | 크기 : 27.1 x 25.2cm
ISBN_13 : 978-89-93242-05-8 | KDC : 813.8
독자 평점
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630 | 독자 서평(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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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거 만들어서 좋은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일은 즐겁습니다. 그런데 점점 게을러지고, 할머니 맛 따라가려면 턱도 없다는 딸아이의 타박은 여전합니다. 우리 음식 맛은 장맛인데, 그 가장 기본인 장을 한 번도 담가 본 적이 없는 제가 만드는 음식들은 다 제 솜씨가 아닌 겁니다. 친정에서 얻어 온 장맛을 보며 그걸로 그 해 친정엄마의 컨디션을 가늠하는 척도로 삼지요. “올해는 된장 맛이 뭐 이래, 어디 아프신가?” 하고 말이지요.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는 거 잘 알고, 제대로 배워 보고 싶은 기특한 마음도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래서 꼭 장을 담가 보려 합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제대로 장맛을 내는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그림책을 펴 놓고 우리 함께 장을 담가 볼까요? 책을 열면, 콩꼬투리 누렇게 여문 들판이 노랗게 시원스레 펼쳐지고, 지팡이 짚은 할머니 따라 가을이네가 콩 베러 갑니다. 눈앞에 바로 보듯 양면 앞쪽에 기다랗게 잘 익은 콩대를 배치해 손 대면 짝 하고 콩꼬투리가 그대로 터질 듯 보여줍니다. 수채화로 둥글둥글 쓱쓱 재미나고 흐뭇하게 그려 낸 풍경들입니다. 인물의 표정들도 정겹게 살아 있어요.

늦가을에 추수하여 철썩철썩 도리깨로 내려치고, 차락차락 키로 까불어 낸 노란 햇콩이 멍석 위에 수북합니다. 반들반들 잘 여문 콩만 쏙쏙 골라 가을볕에 잘 말려 보관도 잘해야 합니다. 초겨울로 접어든 쌀쌀한 날에 메주를 쑵니다. 불린 콩을 가마솥에 넣고 비린내 나지 않게 잘 삶아요. 이 콩, 탱글탱글 삶은 콩 먹어 보셨지요. 아, 참으로 잊을 수 없는 맛입니다. 배탈이 나도록 날름날름 먹었었지요. 이제 이 잘 삶은 콩을 매우 찧어 띄워서 재울 차례예요. 절구에 찧은 콩을 메주 틀에 꾹꾹 눌러 담으면 반듯반듯 네모난 메주가 되지요. 대청마루에 줄줄이 늘어세워 해바라기를 시킨 다음, 꾸덕꾸덕 마르면 방으로 옮겨 뜨끈뜨끈 군불 지펴 속속들이 띄우지요.

메주 뜨는 구수한 냄새 기억나시나요? 제 기억 속의 그 방은 오래 된 반닫이 옆에 고구마 푸대와 콩나물 시루 놓여 있었지요. 그림 속의 메주들처럼 곰팡이 꽃을 피우던 메주들과 함께 겨울이 깊어 갔습니다. 이제 요녀석들을 볏짚으로 잘 묶어서 방에다 조롱조롱 매달아 놓았다가 날이 풀리면 꺼내다 처마 끝에 매달고 햇볕이랑 바람을 쐬어 주어요. 거죽은 딱딱하고 속은 말랑말랑한 메주들이 점점 노르스름 불그스름 낯빛을 바꾸며 떠 갑니다.

정월 말날, 드디어 장 담그는 날입니다. 이 날은 온 식구가 몸가짐도 바르게 하고 키우는 짐승들도 함부로 나무라지 않았지요. 메주는 솔로 박박 씻어 햇볕에 말려 놓고, 함지박 가득 소금물도 만들어 놓아요. 볏짚에 불을 붙여 항아리를 엎어 소독하고, 실금이 갔는지도 알아본 뒤 항아리 바닥에 숯불을 피우고 꿀 한 종지 부어 태워 고약한 냄새를 잡습니다. 천지신명께 달고 구수한 장맛을 기원 드리며 빌기도 했지요. 메주를 차곡차곡 항아리에 담고 소금물을 부어요. 잘 마른 고추랑 대추도 넣고 참숯도 함께 넣어요. 그러면 나쁜 균과 잡냄새를 없앨 수 있어요. 또 항아리에는 새끼줄로 금줄을 치고 하얀 버선본을 거꾸로 붙였어요. 오는 귀신 금줄로 막고 가는 귀신은 버선발로 차 버리라고요.

봄이 와 날이 점점 따뜻해지면 항아리 뚜껑을 열고 햇볕을 자주 쬐어 주어야 장이 맛있게 익어요. 매화처럼 하얀 꽃을 피우며, 뽀글뽀글 공기 방울 터지는 소리를 내며 장이 익어 갑니다. 이렇게 한 달쯤 지난 뒤, 모란이 필 때쯤에 장을 뜹니다. 항아리에서 메주를 건져 내고 베 보자기에 받쳐서 걸러 주면 까만 물이 줄줄 나오지요. 이게 바로 짭짤하고 달큰한 간장이지요. 걸러 낸 간장은 뭉근한 불에다 오래오래 달여야 해요. 건져 낸 메주는 잘 치대서 하얀 소금 술술 뿌려 다시 항아리에 꾹꾹 눌러 담아요. 이대로 더 익히면 구수한 된장이 됩니다.

이제 이 지혜로운 발효의 예술을 한 번 맛볼까요. 달고 구수한 맛이 제대로네요. 리듬을 타며 잘도 넘어가는 정겹고 맛난 글에, 구수한 그림이 어우러진 장맛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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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전통 양념, 장을 만드는 과정을 찬찬히 보여 주는 그림책입니다. 늦가을에 콩을 거두어들이는 일부터 초여름 장맛을 보기까지 가을이네 식구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섬세하고 아기자기합니다. 오랜 기간 정성을 가득 담아 만든 장. 그 안에 녹아 있는 우리네 문화를 만나 보세요. 리듬감 넘치는 글과 그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담아낸 그림에서 구수한 장맛이 나는 듯합니다.

☞ 웹진 『열린어린이』 관련 기사 보기
이규희
1952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사서교육원을 졸업하였습니다. 1978년 중앙일보 소년중앙문학상에 동화「연꽃등」이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한국아동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이주홍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아버지의 날개』『어린 임금의 눈물』『두 할머니의 비밀』『아빠 좀 빌려 주세요』『부엌 할머니』『가을이네 장 담그기』 등이 있습니다. ☞ 작가 인터뷰 보기
신민재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언니는 돼지야』『안녕, 외톨이』가 있고, 그린 책으로 『눈다래끼 팔아요』『처음 가진 열쇠』『어미 개』『우리 아빠』『물음표가 느낌표에게』『빠샤 천사』『가을이네 장 담그기』『요란요란 푸른 아파트』 등이 있습니다.
장은 우리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양념이에요. 국, 찌개, 고기반찬, 채소 반찬도 장이 없으면 제 맛이 나지 않아요. 장은 영양 덩어리 콩을 가장 지혜롭게 먹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가을이네 식구들과 함께 반들반들 잘 여문 콩으로 짭짤한 간장, 구수한 된장을 담가 보아요.

겨레의 지혜가 가득 담긴 우리 음식, 장

인도 속담 중에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즐겨 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뜻이지요. 입맛이란 어떤 환경에서 나고 자랐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즐겨 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의 기질이나 환경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요.
하지만 햄버거, 피자, 감자튀김 같은 패스트푸드가 세계의 식탁을 평정하면서, 아이들의 입맛도 체형도 글로벌화(?) 된 지 오래입니다. 거기에 멜라민 파동까지 더해지면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 것인지가 커다란 고민거리로 떠올랐습니다.
이탈리아·프랑스·미국·일본 등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각 교육’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패스트푸드에 길든 아이들의 입맛을 되돌려 건강한 식생활을 해 나가게끔 하자는 것이지요. 그런데 미각 교육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비단 건강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양한 식재료를 손수 가꾸고 요리하고 맛보다 보면 오감이 깨어나고 창의력이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미각 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바로 ‘전통 음식’입니다. 전통 음식은 한 나라 한 겨레가 긴 세월에 걸쳐 쌓아 온 경험과 지혜의 산물인 만큼, 그 나라 그 겨레 사람들의 입에도 꼭 맞고 몸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입니다. 아울러 제 나라 제 겨레의 역사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는 통로가 되어 줍니다. 전통 음식을 만들어 보고 먹어 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 나라 한 겨레의 일원으로써 정체성까지 생겨나게 되는 것이지요.
『가을이네 장 담그기』는 이러한 전통 음식, 그 중에서도 우리 음식의 맛을 내는 기본양념인 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그림책입니다. 최근 ‘우주 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한 장은 고혈압, 동맥경화, 암과 같은 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라 안팎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는 날이 갈수록 입에 대기 싫은 음식이 되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 장을 가지고 아이들 입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고, 손수 장을 담그는 가정이 줄어든 탓도 있을 것입니다. 한 번이라도 장을 담그는 과정을 지켜본 아이라면 장과 장으로 만든 음식에 좀 더 관심을 갖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을이처럼 말입니다.

늦가을에서 초여름까지 정성과 수고로 담그는 장

가을이네 장 담그기는 늦가을 콩을 거둬들이는 일로부터 시작됩니다. 아빠는 도리깨질을 하고 엄마는 키질을 하고 할머니와 가을이는 콩을 고릅니다. 한 해 내내 두고 먹을 장이기에 벌레 먹은 콩도 쭈그러진 콩도 모두 골라내야 합니다.
초겨울이 되자 그 콩으로 메주를 쑵니다. 온 식구가 나서서 커다란 가마솥에 콩을 푹푹 삶아 내어 절구로 쿵쿵 찧어다가 메주틀로 반듯반듯 빚어냅니다. 그 와중에 가장 신이 난 건 가을이입니다. 삶은 콩을 호호 불며 집어 먹고 으깬 콩으로 조몰락조몰락 강아지 복실이도 빚습니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바쳐 빚은 메주는 겨우내 따뜻한 방에서 띄웠다가 장 담글 때가 다가오면 처마 밑에 내걸어 볕과 바람을 쐬어 줍니다.
이른 봄, 가을이네 식구들은 할머니가 이끄는 대로 목욕재계를 하고 고사를 지낸 뒤 본격적인 장 담그기에 들어갑니다. 장독에 메주를 차곡차곡 담고 소금물을 부은 뒤 고추와 대추, 숯을 넣고 버선본을 붙이고 금줄을 두르고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리지요.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틈틈이 볕을 쬐어 주며 두어 달을 익혀야 간장이 우러납니다. 된장은 간장을 걸러 낸 뒤 다시 한 달을 더 익혀야 하지요. 초여름이 되어서야 겨우 햇장을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본 가을이에게 장은 흔한 양념이 아닙니다. 식구들이 들인 정성과 노력, 시간의 결정체이지요. 그런 만큼 가을이가 장과 그 장을 써서 만든 우리 음식을 허투루 대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입니다. 이 책을 보는 아이들도 다르지 않겠지요.
작가 이규희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정성을 들인 부분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장 담그는 과정을 재미나게 풀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다채로운 형용사를 써서 맛과 소리, 냄새를 실감나게 전하고자 했고,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히 구사해 글의 리듬감을 살렸습니다.
화가 신민재는 가을이를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캐릭터로 재창조하여 책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아울러 늦가을에서 이듬해 초여름까지 계절의 변화와 긴 기다림을 화폭에 옮기고자 많은 애를 썼습니다.
쿵덕쿵덕, 아빠가 삶은 콩을 절구에 넣고 찧어요.
“아빠, 나도!”
가을이보다 키 큰 절굿공이로 절구질을 하려니 어림도 없어요.
철썩철썩, 할머니랑 엄마는 대청마루에 앉아 메주를 만들어요.
절구에 찧은 콩을 메주 틀에 꾹꾹 눌러 담으면
반듯반듯 네모난 메주가 되어 나와요.
가을이도 조물조물 메주를 만들어요.
“호호, 메주가 가을이를 닮았네.”
메주들이 대청마루에 줄줄이 늘어서서 해바라기를 해요.
꾸덕꾸덕 마르면 건넌방으로 옮길 거예요.
뜨끈뜨끈 군불 지핀 방에서 속속들이 잘 띄워야 한 대요.
(본문 8~9쪽)

어느새 하얗고 노란 곰팡이가 메주를 소복이 덮었어요.
“허허, 고 녀석들, 꽃이 참 예쁘게도 피었구나.”
할머니는 메주를 볏짚으로 잘 묶어
건넌방에 조롱조롱 매달아 놓았어요.
날이 풀리자 메주를 꺼내 처마 끝에 매달고
햇볕이랑 바람을 쐬어 주었어요.
메주는 점점 노르스름하고 불그스름해졌어요.
거죽은 딱딱하고 속은 말랑말랑해요.

“메주가 아주 잘 떴구나! 어디 보자, 낼모레가 정월 말날이니 장을 담가야겠다.”
할머니가 달력을 보며 말했어요.
“할머니, 말날이 뭐예요?”
“응, 우리 가을이가 양띠 해에 태어나서 양띠지?
해마다 띠 동물이 있는 것처럼 날에도 띠 동물이 있단다.
장은 그중에서도 음력 정월 말날에 담가야 가장 맛있지.
자, 우리 식구 모두 장 담그는 날까지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복실이도 함부로 나무라지 말고.”
할머니가 단단히 일렀어요.
(본문 14~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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