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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옛이야기에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발견합니다. 4권 ‘지혜편’에서는 여러 가지 억울하고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지혜로 극복하는 이야기 여덟 편을 모았습니다. 약삭빠른 꾀를 부리며 남들을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은 잠시 동안은 좋아 보이지만, 착하고 우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는 지혜 앞에서는 부끄러움을 당하고 맙니다. 들려주는 듯한 간결한 입말체가 친근합니다.

어떤 나그네가 흔한 옥단지를 집안의 가보라고 속이며 돈을 빌려 갔습니다. 순진하게 속은 주인은 앓아 누웠지요. 아들의 꾀로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귀한 옥단지가 깨뜨리고 몸져 누운 시늉을 했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나그네가 찾아와 옥단지를 내놓으라며 으름장을 놓자 주인은 똑같은 옥단지를 내놓은 이야기「가짜 옥단지」를 비롯한 여덟 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이향숙

어린이 책 작가입니다. 덕성여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옛이야기를 모으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지은 책으로 ‘입말로 들려 주는 우리 겨레 옛이야기’ 시리즈가 있습니다.

장인한

1969년 순천에서 태어났습니다. 조선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현재 marunae 회원이며,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혼자보다 둘이 좋아』『우리 해피 못 봤니?』『너무 멀리 가지 마』『금희 언니』『내 친구 꽃뿌리』『느티나무가 있는 학교』『어머니의 지혜』『날씨 굽는 가마』등이 있습니다.

가짜 옥단지
목화값은 누가 물어야 하나
며느릿감 시험
마을을 지킨 황발부인
소나기 스님
좁쌀 한 말 세기
마저 깨뜨려야
텃밭에 묻힌 돈항아리

“이런 어리석은 자들을 봤나. 내 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어. 내 너희에게 묻겠다. 앞발에 불이 붙은 고양이가 광으로 도망쳤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어느 다리로 도망을 쳤느냐?”
“그거야 나머지 성한 세 다리로 도망을 쳤겠지요.”
“그러하옵니다, 사또. 우리가 맡은 세 다리의 공이 크옵니다.”
“사또, 저희가 맡은 세 다리는 불이 붙은 다리까지 떠메고 갔습니다. 저자가 맡은 다친 다리는 이래저래 우리들이 맡은 성한 다리에 골탕만 먹였습지요. 그러니 저자가 목화값을 무는 것이 당연하옵니다.”
세 사람은 끝까지 자기들의 주장이 옳다고 우겼어.

“에이, 이 벽창호들아! 끝까지 내 말을 못 알아듣고 우기기만 하는구나. 너희가 맡은 세 다리가 고양이를 목화 광으로 데려가지 않았어도 불이 났겠느냐? 그러니까 목화 광에 불이 나게 한 것은 순전히 너희가 맡은 성한 세 다리 때문이다. 너희 세 사람은 당장 목화값을 저 사람에게 물어 주어라. 안 그러면 너희를 모두 옥에 가두겠다.”

세 사람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지. 속은 쓰렸지만 할 수 없이 다친 다리를 맡았던 사람에게 목화값을 물어 주어야 했어.
(본문 3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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