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선생님이 들려 주는 논 이야기

나는 둥그배미야

김용택 지음, 신혜원 그림 | 푸른숲
나는 둥그배미야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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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02년 11월 05일 | 페이지 : 100쪽 | 크기 : 20.7 x 23.1cm
ISBN_10 : 89-7184-520-1 | KDC :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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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선정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열린어린이 2002 겨울 방학 권장 도서
봇물이 터졌습니다. 둥그스럼하게 생겨서 사람들이 둥그배미라고 부르는 섬진강가의 논이 말문을 열더니 기막히게 제 얘기를 들려줍니다. 살갑고 세세하게 제 몸에서 곡식이 커 가는 한 해 농사의 과정을 풀어놓습니다. 언 땅을 뚫고 나오는 보리 밟기서부터 볍씨 담그기, 못자리 만들기, 보리 베기, 모내기, 풀 매기, 가을에 벼를 베고 다시 겨울이 와 논을 갈아업고 보리를 갈기까지 한 해 '논 일'이 자세합니다.

논에도 생긴 모양 따라 이름을 붙이고 한 식구처럼 여겨 함께 울고 웃는 '내집평'이라 불리는 작은 들판을 가진 마을로 가 봅니다. 사람과 함께 자연을 이룬 들판의 모습이 눈 앞에 환하게 펼쳐집니다. 어째서 곡식이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라는지, 왜 농사는 온 동네가 같이 짓는 것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한 알의 곡식이 여무는 일이 얼마나 장한지, 생명을 살리는 밥이 얼마나 귀한지도 알게 되지요.

봄이 오면 둥그배미는 온 몸이 건질거립니다. 땅을 뚫고 나오려는 온갖 생명들이 꿈틀거리거든요. 보리싹이 파래지고 보리밟기가 시작된 뒤에는 거름을 주지요. 보리가 발등을 넘게 자라면 보리밭을 매고, 집에서는 볍씨를 담급니다. 싹이 난 볍씨는 못자리에 뿌리지요. 강가에 찔레꽃이 흐드러지면 보리가 누렇게 익습니다. 이제 모가 자랄 대로 자라 모내기를 해야 하는 참으로 바쁜 농사철이 옵니다. 여름 내내 벼들은 파랗게 자라고 농부들은 언제나 마음이 논에 가 있습니다. 세벌 논을 매고 나면 구절초가 피며 가을이 옵니다. 이제 벼는 아랫도리가 팽팽해지고 두툼해지며 동을 배지요. 고개를 내민 벼이삭은 온 들을 가득 메우며 익어 갑니다. 벼가 고개를 숙이면 황금빛 들판은 이제 베어져 누워 나락이 됩니다. 찬 서리를 맞으며 둥근 달을 쳐다보던 빈 논은 또 갈아업어져 겨울 동안 보리를 품어 냅니다. 내년 봄을 기다리면서요.

계절의 아름다움을 노래처럼 뒤섞고, 농부의 마음과 땀방울, 사람살이의 흥을 일깨우는 품앗이까지를 빠짐없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유장함은 김용택 시인이 만들고, 세밀하고 흥겨운 그림으로 한눈에 우리를 진메 마을로 데려간 이는 2년여를 공들인 신혜원 씨입니다. 아예 원근법을 무시하고 마치 우리 민화처럼, 진행되는 모든 일을 한 곳에서 일어난 일처럼 볼 수 있게 그린 그림이 더없이 알맞습니다. 특히 양면에서 서로 접혔다 펼쳐내어 보게 되어 있는 큰 그림들은 계절별로 온 마을이 해 내는 농사일을 한눈에 보게 합니다. 이해를 돕는 들여다보기 그림은 정밀하고, 앞뒤 면지에 만화로 그린 이 책의 탄생 과정은 또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지식 정보 책을 이렇게 부드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끔 만들어 낸 공력이 전해져 와 흐뭇해집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며 땅힘과 그 땅과 함께 섞여 사는 사람살이의 정겨움을 얹어 쌀 얘기, 밥 얘기를 꽃피울 맛있고 즐거운 책입니다.

둥그배미는 논이름입니다. 섬진강 옆에 있는 논입니다. 논도 같이 사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가졌던 우리 조상들은 논에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둥그배미는 둥그렇게 생겨서 그런 이름을 얻게 되었답니다. 그 둥그배미가 아이들에게 논에 대한 지식을 알려 줍니다. 논에도 다 이름이 있다는 것, 물꼬와 논두렁, 논이 하는 일, 농부들이 한 해의 논농사를 짓는 모습, 농부들이 논에 쏟는 정성들에 대해 말해 줍니다. 볍씨 키우기, 못자리 만들기, 모내기, 새참 먹는 풍경 등이 자세합니다.

아이와 같이 논에 간 적이 있었던 김용택 선생님은 아이가 윗논에서 아랫논으로 물이 떨어지는 곳을 뭐라고 부르느냐고 물었을 때 순간 놀랐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논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는 아이들에게 논 이야기를 들려 주리라고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태어난 책이『나는 둥그배미야』입니다. 논이 들려 주는 논 이야기는 정겨운 그림 속에서 더욱 빛납니다. 논에 사는 생물이며, 농촌의 풍경들이 꼼꼼하고 정성스럽습니다. 논두렁에서 뛰어 놀며 하는 얘기들을 말주머니에 넣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들판에서 함께 노는 듯 신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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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고 1982년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85년 첫 시집 『섬진강』을 낸 이후 『맑은 날』『강 같은 세월』 등의 시집과 산문집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섬진강 이야기』,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내 똥 내 밥』 등을 펴냈습니다. 제6회 김수영문학상, 제12회 소월시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2008년 여름, 고향 마을 임실의 덕치초등학교에서 40여 년간의 교단생활을 마치며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를 펴냈습니다.
신혜원
196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어진이의 농장 일기』『세 엄마 이야기』 ‘글자 없는 그림책’ 시리즈(전 3권)을 지었고, 그림을 그린 책으로 『하느님의 눈물』『쿨쿨 할아버지 잠 깬 날』『호랑이 뱃속에서 고래 잡기』『나는 둥그배미야』 등이 있습니다. 지금은 충북 제천 월악산 아래에서 남편, 아들, 강아지들과 오순도순 재미나게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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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용택이 섬진강변에서 들려 주는 밥 이야기, 쌀 이야기! 김용택 선생님이 들려 주는 논 이야기『나는 둥그배미야』

Ⅰ. 간략한 소개

시골 외딴 학교 교사이자 시인인 김용택 선생이 구수한 입말로 풀어 쓰고 ‘어진이’ 엄마 신혜원 선생이 그림을 그린『나는 둥그배미야』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오랜 세월 우리 식생활의 근본이 되어온 쌀에 관한 이야기, 노동의 터전이자 놀이 마당이었던 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둥그배미’라는 논이 화자가 되어 한 해 동안 논과 들판에서 벌어지는 사람들과 자연의 일들을 재미있고 친근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를 먹여 살리는 자양이면서도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는 논 이야기를 담고 있는『나는 둥그배미야』를 읽으면서 어린이들은 먹을거리와 노동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익히게 될 것입니다.

배미: 배미는 논을 세거나 논을 부를 때 이르는 말입니다. 농부들은 마을의 여러 논에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주기도 하였습니다. 위쪽에 있다하여 ‘윗배미’, 아래쪽에 있다하여 ‘아랫배미’, 생긴 것이 버섯 모양이라하여 ‘버섯배미’……. ‘둥그배미’는 둥그런 운동장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Ⅱ. 기획 의도: 우리 입에 밥이 들어오기까지

오늘,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곳은 도시입니다. 그런데 도시에서 만나는 자연은 늘 간접적입니다. 자연의 재료가 여러 차례 가공되고 나서야 도시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자기 입으로 들어가 자신을 살리고, 자신을 키우는 쌀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실제로 ‘쌀이 라면처럼 공장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쌀이 쌀나무에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도시의 어린이들은 생명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심성과 심지가 세워지고, 그래서 나름의 철학을 갖게 되는 근본은 ‘생명에 대한 이해’일 것입니다. 사람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은 고스란히 사람이 사람에 대해 가지는 생각과 태도로 이어진다고 배웠습니다. 그렇다고 할 때, 요즘 도시의 어린이들은 알맹이의 자람 없이 잡다한 지식과 몸집만 불어 가는 것이 아닐까 무서운 생각도 듭니다. 논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 주고자 하는 책의 기획 의도는 그래서 더 절실했습니다.

논은 사람이 자연의 혜택으로 살고, 다시 자연에 봉사하며 살아온 터전입니다. 조상 대대로 자연과 어울려 살던 터전인 논에서 사람들은 또 자연을 닮은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습니다.
논 이야기『나는 둥그배미야』를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책으로나마 그러한 경험을 공감하고,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Ⅲ. 책의 특징

1. 글의 특징: 서정적인 지식·정보 책

시인은 간결하고 정확한 설명으로 논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논이 물꼬와 논두렁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10쪽)은 너무도 단순하여 “어?”하고 의심을 품게 되지만, 생각해보면 금세 그 말이 얼마나 명쾌한 말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글이 가지는 더욱 큰 미덕은 일반적인 지식·정보 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서정성에 있습니다. 이러한 서정성은 시인 자신의 경험과 추억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이어서 가지게 되는 진정성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산과 강, 마을을 표현하는 대목에서도 그렇지만, 들에서 일하며 생활하는 농부들의 고단한 풍경과 정겨운 모습을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시인의 글은 논과 쌀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형제간도 못 말린다는 물싸움(14쪽) 이야기며, 가뭄과 홍수에 애태우는 농부들의 애환, 낮밤으로 노심초사 논 생각만 하는 농부의 마음(68쪽), 허리가 끊어지도록 고통스럽다는 모내기(60쪽)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농부들의 수고에 숙연한 마음이 듭니다.

아름다운 들의 정취와 정감어린 농심은 시나 노래를 통해 드러나기도 합니다. ‘보리가 잘 자라야 보리밥 많이 먹고 방구 뿡뿡 뀐다.’는 동요(22쪽)나 모를 심으며 불렀던 노동요「어하 어루 상사디야」(62쪽), 추수 때의 풍경을 그려낸 운율 있는 문장 ‘달빛을 받은 논’(86쪽) 등은 글에 윤기를 더해 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2. 그림의 특징: 살아 꼼틀대는 그림

이 책의 주인공은 ‘논’입니다. 공간 이동이 불가능한 붙박이 주인공입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그림 작가 신혜원 선생은 몹시 애를 먹었습니다. ‘진메마을’이라는 한정된 공간의 들과 논을 배경으로 50여 컷이 넘는 그림이 지루하게 이어진다면 어린이들은 쉽게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화가는 꼬물꼬물 논과 들, 강과 마을의 풍경을 그려 나갔습니다. 그 속에 살아있는 꽃과 나무를 계절감 있게 표현하는 한편,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가축, 동물들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습니다. 하나하나의 그림에 이야기를 담아 그림만으로도 농촌의 정경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려냈습니다.

이 책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들에서 살아 움직이는 여러 요소를 드러내기 위해 하나의 시점에서 바라보는(일점 투시법에 근거한) 원근법을 포기하였습니다. 그 대신에 각각의 요소가 모두 잘 드러날 수 있는(조감도적인 평면성을 갖는) 민화적인 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민화적인 기법은 글이 갖춘 소박한 서정성과 잘 어울려 보기에 참 좋습니다.

특히 본문 중에 펼쳐지는 넓은 그림은 보리밟기, 모내기, 논매기, 추수의 네 가지 농사일의 장면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신혜원 선생은 이 작업을 위해 꼬박 2년간 취재와 스케치를 반복하며 열성을 보여 주었습니다.(작업 과정은 앞, 뒤 면지 참조)
1. 내 이름은 둥그배미야
2. 내 몸의 이름들
들여다보기: 물이 흐르는 길, 홍수를 막아 주는 논, 논에 사는 생물
3. 봄이야, 봄이 왔어!
4. 보리밭에 종다리
들여다보기: 봄 들판의 땅 속, 봄 들판에서 만난 들꽃
5. 못자리를 만들다
6. 보리가 익어 가요
들여다보기: 소중한 땅·논, 농사를 돕는 도구들, 땅에게 큰 힘을 주는 거름
7. 서 마지기 논배미가 반달만큼 남았네
8.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9. 네가 무슨 반달이냐 초승달이 반달이지
들여다보기: 함께 일하면 힘든 게 반이 된다·품앗이와 두레
10. 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
11. 농부들이 내 몸에 물을 대고 잡초를 뽑다
12. 벼가 이삭을 배었어요
13. 후여! 후여! 새를 보다
14. 달빛을 받은 논
15. 잘 자, 둥그배미야
이 책을 읽는 어른들을 위하여
10. 곡식들은 농부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

벼를 다 심고 집에 돌아온 농부는 오늘 모내기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을 한단다. ‘논에 물은 적당했었나? 물꼬에 괴어 놓은 돌의 크기는 알맞았나?’ ‘그래, 오후에 술을 많이들 먹었단 말이야. 한수 형님이 심은 모들이 삐뚤빼뚤했던 것 같아.’ ‘모는 한 포기에 네 개 내지 다섯 개씩 심어야 하는데 너무 적게 집은 사람도 있단 말이야……. 내일 아침에 일찍 논에 가 봐야지.’

날이 새기가 바쁘게 농부는 논으로 가지. 새로 옮겨 간 땅에서 어린 벼들이 이제 새 땅 속으로 뿌리를 내리고, 땅 맛을 알아가며, 파랗게 자라고 있을 거야. 농부는 반듯하게 자세를 잡아가며 키가 쑥쑥 커 가는 벼의 모습을 보며 무척 대견할 거야.

시간이 가고, 날이 갈수록 벼들은 파랗게 자라지. 농부들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늘 논의 벼 걱정을 한단다. 혹 나쁜 병이나 들지 않을까, 해충들이 극성을 부리지나 않을까? 큰비가 오면 어쩌나? 태풍이 불면 어쩌나? 날이 너무 가물어서 논에 물이 없으면 어쩌나? 농부들은 자기 자식들을 걱정하는 부모 마음처럼 곡식들을 걱정하지.

……

농부들은 자기 자식을 밖에 세워 둔 것처럼 곡식들이 잘 자라고 있어도 논에 가곤 해. 잘되면 더 보고 싶어 자주 가고, 못 되면 걱정이 되어 더 자주 가게 되는 거지. 그래서 농부들은 아침, 저녁으로 논에 가는 거야. 농부들은 이런 말을 하곤 해. “곡식들은 농부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본문 68∼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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